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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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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상식 밖의 창원시체육회 - 양영석 (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17-10-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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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항서 창원시청축구단 감독이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박 감독은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베트남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 계약서에 사인했다. 이어 지난 11일 베트남 축구협회에서 열린 계약식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가진 축구인생의 모든 지식과 철학 그리고 열정을 베트남 축구에 쏟아붓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현지 매체는 박 감독의 연봉이 24만달러(한화 약 2억7000만원)로, 역대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 중 가장 높은 금액이라고 전했다.

    박 감독의 베트남 대표팀 감독 선임은 개인적으로 큰 영예이고 한국 스포츠 지도자의 위상을 높인 일이다.

    문제는 올해 말까지 감독직을 수행키로 한 창원시청축구단과의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는 점이다. 스포츠선수나 감독이 현 소속팀과의 계약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팀과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 기가 찬 것은 박 감독의 베트남 대표팀 감독 계약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전까지 창원시청축구단이 몰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박 감독이 자신을 믿고 따르던 코치진과 선수들의 믿음을 헌신짝처럼 버린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기장을 찾아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축구팬들의 신뢰마저 저버렸다.

    계약 당사자는 창원시체육회와 박 감독이지만 선수·코치, 축구팬, 나아가 지역민도 그 계약의 범주 안에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 창원시청은 지역민·축구팬의 관심과 사랑 없이는 운영될 수 없는 시민구단이 아닌가.

    만약 박 감독이 독단적으로 베트남축구협회와 계약을 체결했다면 창원시청축구단을 운영하는 창원시체육회는 그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 제기 등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창원시체육회는 박 감독의 베트남 대표팀 감독직 수락에 동의해 계약 위반을 용인했다. 창원시체육회가 왜 동의해줬는지 알 수 없지만 상식 밖의 결정이다.

    당시 창원시청축구단은 내셔널리그 시즌 중이었고 20일부터 26일까지 충북 일원에서 열리고 있는 제98회 전국체전 축구 남자 일반부에 경남 대표로 출전해야 할 상황이었다. 결국 박 감독은 지난 11일 강릉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강릉시청전, 24일 전국체전 대전 코레일과 4강전을 지휘하지 못했다.

    박 감독은 22일 전국체전 8강전 청주FC전을 끝으로 창원시청 감독직을 놓고 25일 베트남으로 출국했지만, 아직 계약이 만료되지 않은 창원시청축구단과 새로 계약한 베트남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하며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는 상태다. 감독 1명이 국내외를 오가며 2개 팀을 지휘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초래한 것은 창원시체육회다.

    박 감독이야 자신에게 찾아온 호기를 놓치고 싶지 않아 서둘러야겠지만 창원시체육회는 좀 더 신중해야 했다. 창원시청과의 계약 만료 이후에 베트남 대표팀 감독직을 맡도록 하든지, 박 감독을 해임하고 새로운 사령탑을 선임하는 등 모두가 수긍하는 해결방안을 모색했어야 했다.

    창원시체육회의 해명과 공개사과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울러 스포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는 창원시체육회가 축구단 운영, 코칭스태프·선수 선발에 전권을 행사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논의가 있어야 한다.

    양영석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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