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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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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 - 김진희

  • 기사입력 : 2017-10-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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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른 추억 검불 되어 활활 타는 불이다

    가슴 깊이 묻어 둔 심지 휘이익 당기면

    불두덩 달아오르는

    내 안의 야생마여



    온 산야 헉헉대며 무법천지 내달리는

    짐승들 이글거리는 눈

    포효하는 소리, 소리

    불타는 한 생애의 꿈







    ☞ 일반적으로 시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험적인 고시조부터 시인지 시조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운 표현의 미를 외연 확대한 현대시조부터 아주 다양하다. 그것이 형식에서의 정형성을 논하지 않더라도 분명 작금의 시조는 더욱 단아하고 세련됨을 감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시조시인들이 시상의 완결성과 전통성을 지켜내고자 하는 노력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가을 산’에서 드러낸 시인의 생각도 위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가을이면 온 산야에 물드는 단풍을, 한 마리 야생마로 병치시켜 거칠 것 없이 무법천지로 내달리게 하고, 포효하게 하는데 그것은 곧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한 생애에 대한 꿈이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조곤조곤한 어법으로는 이 작품에 결코 승부를 걸 수 없음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시인은 흡사 서예에서 일필휘지로 써내려 나가는 고수(高手)의 서체처럼 힘차고 호기롭게 표현하고 있다. 시조 본령에서의 하나인 내용의 안정성을 획득하였다고 할 수 있겠다. 정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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