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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문학- 이문재(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7-10-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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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산업계의 화두는 단연 ‘4차 산업혁명’이다. 억지로라도 ‘4차’를 걸치지 않고서는 입도 벙긋하지 못할 지경이 됐다. 90년대 들어 벤처나 닷컴(.COM)이 성행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벤처·닷컴은 중국 문화대혁명 때 서슬 퍼렀던 홍위병을 닮았다. 홍위병은 마치 중국의 적폐를 청산하고 미래를 이끌어갈 것 같이 위세를 떨쳤다. 성실하고 탄탄했던 벤처·닷컴은 디지털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공을 세웠다. 하지만 아무런 기술이나 자본 없이 그럴싸하게 포장됐던 수많은 닷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은 사물과 인터넷 인공지능이 연결된 초지능화된 시스템이다. 인간이 의도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기계나 설비들이 알아서 정보를 주고받으며,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사이버시스템과 물리적시스템을 결합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의 융합이 사회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게 핵심이다. 분명 ‘혁명’이지만 4차 산업이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일까. 그간 인류가 거쳐 왔던 증기기관 발명으로 인한 1차 산업혁명, 대량 생산체계의 2차 산업혁명, 컴퓨터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3차 산업혁명과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각 차(次)를 경유하면서 축적된 인류의 경험치와 진보된 기술들이 모여 만들어진 새로운 산업생산 모델이다.

    산업계는 4차 산업의 뿌리를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에 둔다. 독일은 제조업 쇠퇴의 타개책으로 스마트공장에서 해답을 찾았다. 센서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이 네트워크를 이뤄 제품을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스마트공장이 성과를 보이자 여기에 3D프린팅과 나노기술, 산업바이오 기술로 실험을 확대하는 ‘차세대 제조혁명’이라는 개념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기했다. 한발 나아가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로봇공학, 생명공학 등의 기술로 외연을 확장시키면서 제조업뿐 아니라 의료, 금융, 유통 등에 이 개념이 적용됐다.


    태동과 확장 경로에 관계없이 4차 산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4차라는 물결에 편승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기술과 코스트의 경쟁력은 이미 확인됐다. 국내 기업들도 4차 산업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기술과 자금 한계로 대기업에 국한되고는 있지만 지향점은 명확하다. 한국은 최저임금 인상이 이를 가속화시키는 양상이다. 정부 정책은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완화를 겨냥했지만, 기업은 자신들이 짊어질 부담을 자동화로 대치하고 있어 4차 산업혁명의 최대 이슈인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노동자 축소 우려만 낳고 있다. 4차 산업과 일자리 관계는 아직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지만 인간이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을 기계가 대체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른 일자리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늦었지만 4차 산업 진행에 따른 인간의 역할과 가치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그 바탕은 인본(人本)이 돼야 한다. 기술이 인간 삶의 주인이 아닌 보조도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조정하고 합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인간의 가치를 제대로 매겨 정립하지 않고서는, 인간이 기계보다 무능해지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도구의 효율을 극대화하면서, 인간의 가치가 빛을 발하는 것이 기술의 궁극점이다. 인간이 기술이나 기계에 짓밟힐 수 없는 노릇이다. 그릇되고 일그러진 틀에서 속고 당하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

    이문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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