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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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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모자- 김휘(창원 모리갤러리 관장)

  • 기사입력 : 2017-10-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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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에서 모자는 동양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패션 소품이라거나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마다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자는 옷 코드와 맞추어 머리에 얹기만 해도 연출한 듯 멋이 난다. 나의 경우는 모자가 필수 아이템이 된 지 오래다. 가끔은 아주 정성들여 멋을 내었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사실은 나의 모자 사랑은 외출할 때 머리 손질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실용성에서 비롯됐다.

    19세기 이전 모자는 착용자의 지위나 역할, 결혼 여부 및 종교적 색채 등이 판단되는 의미가 있었다. 19세기 파리의 근대적인 생활을 배경으로 표현한 인상주의 화가 르누와르, 마네, 드가 등의 작품에서 모자는 좋은 회화의 오브제로 작품 속 인물 표정을 신비스럽게 도와주는 패션 요소라 하겠다. 특히 파리의 부르주아 여성들의 초상화를 많이 그렸던 르누와르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모자는 시선이 신체 전반에 나눠지도록 도와주는 패션 요소로 작용하며 매력적인 초상화를 만들어 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가 조선을 유랑하며 그린 그림에서 나타나듯이 우리나라도 ‘동방의 모자’의 나라로 불릴 정도로 모자 문화가 녹아 있었다. 그 시대는 갓을 포함해 무려 4000여 종의 모자가 있었다고 한다.

    현대인에게 모자는 시간을 절약하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다양한 의미를 포함한 패션 액세서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직업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모자는 어떤 이의 표정이나 인상이 돼 기억하기 좋은 존재감으로 다가온다.

    샤넬이 모자로 시작해 브랜드를 키울 당시의 모자는 굉장히 값진 물건으로 상류층의 필수품이었다. 다행히 우리는 비싸지 않은 가격에 다양한 모자를 만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모자의 70%를 생산하고 수출량도 많지만 모자 정보의 공유나 홍보는 활발하지 않은 편이라고 한다. 이는 아직 우리가 일상에서 모자를 즐겨 쓰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다가오는 겨울, 최소한의 투자로 개성적인 연출이 가능한 모자로 보온 효과까지 덤으로 얻는 멋진 패션 피플에 도전해 보시기를 권한다.

    김 휘 (창원 모리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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