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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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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고에 무너진 초보 청년사장들

마산 부림시장 ‘청춘바보몰’ 1년 만에 12곳 모두 폐업, 왜
1 시설 열악. 지하 같은 1층, 환기 안되고 칙칙
2 경험 미숙. 손님 뜸해지자 의지 빠르게 꺾여

  • 기사입력 : 2017-10-2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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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보= 청년들이 방치된 노후 점포를 살려 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청년창업지원사업 ‘청춘바보몰’ 점포 12개가 개점 1년2개월 만에 모두 폐업했다.(27일 1면)

    청춘바보몰은 지난해 4월 15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동 부림시장 C동 1층에 국비 2억6200만원, 시비 3000만원을 들여 문을 열었다. 하지만 지난 27일 찾은 청춘바보몰은 텅 빈 상태로, 손님들을 맞았던 식탁과 의자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무상임대기간을 연장하고 부림광장이 개장하면 활성화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청춘들의 도전은 끝나고 말았다. 부림시장상인회와 창원시는 청춘바보몰을 되살리기 위해 환경과 시설을 개선한 뒤 2기 입주자를 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원시와 상인회의 지원에도 청춘바보몰이 폐업한 원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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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 부림시장 청춘바보몰 12개 점포가 모두 폐업해 식탁과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전강용 기자/



    ◆열악한 시설= 청춘바보몰의 가장 큰 어려움은 열악한 시설이었다. 버려진 곳을 살려내는 일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해당 점포주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양해를 구하고, 등기 정리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어렵게 허락을 얻은 뒤 30년 이상 방치된 기존 점포의 잔해를 철거·정리하는 데만 지원금의 대부분이 투입됐다. 청년들이 돈을 모아 시설을 정비하기도 했다. 특히 1층인데도 지하처럼 보이는 구조 때문에 환기에 문제가 발생했으며 조리 냄새 등을 내보내지 못하면서 점포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개장 후 두 달 만에 맞은 여름에는 더위 때문에 곤란을 겪었다. 조리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태에서 에어컨도 없어 고객의 불만을 샀다. 창원시가 추경예산을 마련해 에어컨과 대형 선풍기를 설치했다. 하지만 한 곳, 두 곳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남은 청년상인들이 필요없는 큰 홀의 관리비와 전기세를 떠안으면서 부담이 늘게 됐고 청춘바보몰의 폐업을 가속화시켰다.

    ◆초보청년창업자의 한계= 창업을 처음 해보는 청춘바보몰 청년들은 개업 6개월 전부터 마케팅 교육을 비롯한 창업·경영 교육을 받고, 개점 전 체험점포를 운영하면서 의욕적으로 창업을 준비했다. 하지만 첫 두 달간 손님이 몰린 이후로는 손님이 뜸해지자 개점 4~5개월 만에 가게 문을 제때 열지 않는 곳마저 생겼다.

    이 때문에 창원시는 지난해 10월 부림시장 청춘바보몰과 상남시장 대끼리야시장의 상권 활력 회복을 위해 점포를 운영하지 않거나 자생 의지가 없는 상인들을 퇴출하겠다는 ‘상인 삼진아웃제’를 실시한다고 공표하고, 창원시상권활성화재단이 직접 개점을 점검하러 다니기도 했다.

    청춘바보몰의 한 상인은 “열두 상인이 힘모아 출발했지만 장사가 안 된다고 생각한 일부는 문 여는 시간도 일정치 않아 닫혀 있는 곳도 많아 손님들에 ‘먹거리타운’ 느낌보다는 을씨년스러운 곳이라는 인상을 줬다”며 “투자한 돈이 있지만 지원받지 않고 창업한 경우와 달리 잃을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하면서 일부 상인들의 의지가 없어진 부분도 작용한 것 같다”고 밝혔다.

    ◆홍보·마케팅 부족= 청춘바보몰의 마케팅도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지도 있던 가게나 경험이 있던 상인이 없었기에 초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했지만, 입소문을 탈 만큼의 콘텐츠도 마땅하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창원시상권활성화재단은 러시아공연단, 키다리아저씨 등을 이용해 홍보를 했는데 청춘바보몰이 겨냥한 젊은층 유입과는 맞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림시장상인회와 창원시상권활성화재단이 협약을 맺고, 스포츠게임 전광판, 버스정류장 광고판, 신세계 마산점 영상물 속에 청춘바보몰을 홍보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바보몰 가운데 설치된 무대도 텅빈 채로 있는 경우가 많았다. 스스로 홍보·마케팅을 할 여력과 의지도 부족했다.

    ◆시설 개선 노력= 부림시장상인회와 창원시는 내달부터 문제점으로 꼽혔던 열악한 환경과 시설을 개선한 뒤 청춘바보몰에 새로운 청년상인을 모집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철 부림시장상인회 회장은 “처음 해보는 장사가 쉽지 않아 분투했을 텐데 폐업해 아쉽다. 일부 청년 상인들은 이번 경험을 계기로 다른 곳으로 옮겨 장사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부림시장도 아픈 경험을 토대로 환경과 홍보 등 문제점 개선을 통해 내년 2기 입주자의 자생 기반이 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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