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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사고 폐지?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이채현(전주 상산고 1학년)

  • 기사입력 : 2017-10-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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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목고 및 자사고가 대학 입시를 위한 예비고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폐지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자사고 폐지를 논하기에 앞서 흐려진 논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필자는 자사고 폐지를 막연히 반대하는 것도, 막연히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현재의 상황에서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그저 비난만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입시 위주의 교육에만 치우친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 있다. 왜 사람들은 자사고나 특목고를 선택할까. 그것이 대학을 가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대학 진학률은 OECD 국가 중 1위로 69.8%를 기록했다.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기는 하나 여전히 높음은 변함이 없다. 이러한 대학 진학률은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대학을 간다는 단순한 목표에 치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그렇기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경쟁이 치열하더라도 더 ‘유리’한 곳을 선택한다. 공부를 더 시키고, 생활기록부에 더 좋은 기록을 써주고, 수시에 필요한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고, 입시에 최적화된 교육을 해주는 곳. 자사고를 폐지하려면 현재의 일반고-공부를 포기한 학생들과 자습과 인터넷 강의로 연명하는 교사들 개선해야 한다.

    일반고를 개선하고 나면 자사고에 대한 수요가 떨어져 자연히 자사고 폐지에 대한 논의의 절반 이상은 해결된다. 그러나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현재의 일반고를 유지한 채 자사고를 폐지해 교육의 정상화를 이룩하겠다는 생각은 더 나은 쪽을 깎아내려 하향평준화를 이루겠다는 말에 불과하다. 자사고를 폐지하려면 우선 공교육의 정상화부터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면 공교육의 정상화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를 위해선 대학 졸업을 당연시하는 풍토부터 개선돼야 한다. 통계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대학졸업이 당연시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다는 것은 고등교육을 받는다는 의미를 넘어서 좋은 직장과 높은 연봉과 사회적 지위를 보장해주는 최소한의 수단이다.

    외국의 대학교에 비해 우리나라는 대학을 입학하면 졸업이 보장된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대학입학만을 위해 노력한다. 고등학교는 이러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입시 학원’에 불과하다. 고등학교는 그렇게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청소년기에 학생들이 진로를 고민하고,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관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기관에서 진로와 방향은커녕 문제를 하나라도 더 맞힐 수 있는 방법만을 배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부를 포기한 학생과 대학만을 바라보는 학생들이 늘어난다.

    무엇보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살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또 대학 입학의 문은 넓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되, 졸업의 문은 좁혀 뛰어난 인재를 가려야 한다. 대학을 취업을 위한 스펙의 도구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진리와 학문을 탐구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

    이렇듯 대학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격차가 줄어든다면 학생과 학부모가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입시에 올인하는 풍토가 개선될 것이다.

    이 채 현

    전주 상산고 1학년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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