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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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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화양연화- 김은정(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

  • 기사입력 : 2017-10-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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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지 못할 영화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화양연화’이다. 강렬한 색감과 함께 두 주인공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화양연화’의 뜻 그대로 저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할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인생의 화양연화는 언제였을까?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시절, 그래서 꽃처럼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시절은 언제였을까?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이 생각하는 화양연화는 ‘젊음’과 한 묶음일 것이다. 이른바 ‘리즈’ 시절이라는 말 역시 언제나 젊음을 연상시킨다.

    아름다움은 늘 ‘젊음’과 함께하는 것일까? 수많은 ‘안티에이징’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세월을 비껴간’이라는 표현이 최고의 수식어로 등장하는 시대에 젊음과 관계 맺지 못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쩌면 시대착오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글쓰기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단계별로 계획하고 인생의 최고로 아름다운 순간에 대해 써보라고 한 적이 있다. 대학 합격의 순간이나 첫사랑에게 고백을 받은 순간을 쓴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 학생들이 자신이 계획한 일이 이루어진 40대 이후의 어느 날을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젊은 시기의 삶이 녹록지 않고 그래서 인생 계획의 완성 시기를 40대 이후로 잡아야 하는 현실에 대한 씁쓸함도 없지 않았지만, 젊음 속에서만 삶의 아름다움을 찾지 않는 그들의 시선이 새롭기도 했다.

    학생들의 생각처럼 어쩌면 빛나는 인생의 순간이 젊은 시절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화양연화’의 아름다운 시절은 젊음의 시간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며, 그래서 어쩌면 나에게도 화양연화의 시절은 아직 오지 않았을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현재가 가장 아름답고, 앞으로의 인생은 더 빛날 거라는 마음이야말로 나 자신을 존중하는 삶일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세월의 흐름은 사람을 추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숙성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말이다.

    김 은 정

    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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