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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의 조건- 이승주(기업문화서비스사 대표)

  • 기사입력 : 2017-10-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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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친절공무원 콘테스트에서 심사를 했다. 몇 년째 계속하고 있는 이 일은 현장의 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즐겁고 흥미로운 시간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참가자의 기량은 발전하고 있고 올해도 노력이 빛나는 프레젠테이션들이 있었다. 다만 치열했던 작년과 조금 다른 현상은 친절을 실천한 사례를 발표하고 있음에도 퍼포먼스에 비중을 더 두다 보니 친절강사의 그것을 어설프게 흉내 내는 듯 보이는 참가자도 언뜻언뜻 보였다. 심사기준을 참고하며 준비한 결과라고 양해하는 심사위원도 있었지만, 내용의 걸맞고 아니고의 문제보다 심사위원 각자의 가치관이 점수에 반영됐을 것이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파이가 크다 보면 빌려와 모방하게 된다. 그건 어느 창작에서나 같은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필요한 것을 차용하더라도 스스로의 생각과 목소리를 얹어 녹여내어 표현한다면 기회가 왔을 때, 흉내보다는 창의적인 상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 애정하는 힐링 프로그램이 있다. 클래식과 뮤지컬, 그리고 가요까지를 버무린 크로스오버 음악으로 최고의 남성4중창 팀을 선발하는 경연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 중 개성과 실력을 제대로 발산하는 매력적인 사람들이 많았지만 유독 시선을 끄는 대상이 있었다. 군대를 갓 제대한 음악도의 명쾌한 전략이 인상적으로 경연에서 연거푸 패한 대학생과 파트너가 되었을 때, 그와 함께한 선곡 분석 작업 장면에서다. 상대가 경연에서 패했을 때 연주한 모든 곡들이 서정적인 것이었음을 상기시키며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는 조언과 함께 둘의 이중창이 시작됐다. 그들의 동반 무대는 쟁쟁한 경쟁 상대들을 제치고 결국 결승전 4중창 3팀 중 한 팀이 됐다. 지난주 급기야 결승 1차전에서 1등으로 올라서며 자신은 물론 파트너까지 최고의 심사평을 받기에 이르렀다. 첫 번째 전략은 음성에 적합한 선곡이었지만 주효했던 것은 편곡과 표현력이었다. 누군가가 불렀던 원곡을 따라했느냐, 원곡이 생각나지 않도록 창의적으로 표현했느냐의 차이가 경연의 가치를 판가름한 것이다.

    데이비드 코드 머레이는 ‘바로잉’ 이란 책에서 “일단 빌려라. 그러면 창조는 쉬워진다”라는 메시지로 시작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기존의 아이디어 차용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시각을 제시하면서 창의 사고 기법의 핵심인 ‘바로잉 6단계’를 기업혁신과 창의성의 도구로 활용하라고 권한다. 기술도, 경영도 전혀 없던 새로운 것이 아니라 우리 기업에 맞을 만한 것을 빌려와 자신들의 것으로 R&D하라는 것이다. 글이나 책을 쓸 때도 앞서 출판된 책이나 먼저 깨달은 누군가의 말을 참고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가 제시한 ‘아이디어 빌리기’는 ‘정의하라 → 빌려라 → 결합하라 → 숙성시켜라 → 판단하라 → 끌어올려라’이다. 매킨토시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와 ‘윈도즈’의 운영체제를 만든 빌 게이츠, 제록스의 팔로알토 연구센터 아이디어를 차용해 ‘맥 컴퓨터’를 만든 애플 등은 “기존의 것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뭔가 색다르고 한층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그의 주장처럼 기존의 정보들을 빌려와 창의적으로 잘 활용한 사례들이다.

    나에게 일은 그냥 삶이다. 10년 넘게 좋아서 해 왔던 두 번째 잡(Job)을 인프라 삼아 앞으로의 10년을 계획하는 프로젝트 개발이 상반기에 시작됐다.

    그동안의 경험지식과 프로젝트 철학에 딱 맞는 석학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빌려와 색다르고 한층 더 나은 것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다. ‘앞으로 10년’이란 희망은 물이 되고 거름이 되어 싹을 틔워가고 있다. 잘 키워 ‘이롭게 하라’는 비전을 행하는 데 발군의 에너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승주 (기업문화서비스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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