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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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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한국전쟁의 단상- 유천업(거제해금강 테마박물관장)

  • 기사입력 : 2017-11-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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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에 국가권력에 의해 무참히 학살된 거제지역 민간인 희생자 제8회 합동위령제 희생자 추모식에 추도사 제의를 받고 자리를 함께했다.

    나는 전쟁 이후의 세대라 당시의 참상을 글로 옮기는 것이 다소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전쟁과 관련된 물품이 있다면 전국 어디든 발품을 팔아 왔고, 수집했던 물건들 중 참전했던 군인들의 유품이나 전쟁포로들의 기구했던 삶의 흔적들을 통해 그 시대의 아픔이 얼마나 컸었는지 단편적으로나마 헤아려보곤 했다.

    한국전쟁 얘기를 하면 희생된 군인들을 먼저 떠올린다. 어쩌면 나 역시 군인들을 먼저 떠올리고 그와 관련된 유물을 모아 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간과해 왔던 우리네 이웃들의 아픔이 주변 곳곳에 흩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들의 애통함을 함께 나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됐다.

    일부 국민들은 아직도 전쟁으로 인한 고통과 피해를 짊어지고 있다. 불시에 일어난 전쟁으로 인해 그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소중했던 모든 것을 잃었지만, 정작 역사에서 잊히고 외면당하는 것은 전쟁 전후 희생된 민간인들이다. 그중에서도 극심한 이념대결과 한국전쟁의 난리 통에서 제 생을 다 살지 못하고 거제의 앞바다와 산골짜기에서 억울하게 돌아가신 민간인 희생자 분들이 셀 수 없이 존재한다. 먹고사는 것조차도 참 힘겨웠던 그 시절에 농부는 경작하는 조그만 땅이 삶의 전부였고, 어부는 바다가 전부인 민초들에게 이념 대결의 장으로 그들을 몰아넣고 좌익과 우익으로 편 가르기를 하고 죽음으로 내몰았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몫이다. 희생자들의 죽음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는지, 그들의 억울함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여전히 추진 중에 있는 추모공원 설립과 위령탑 건립도 더 이상 희생자들의 문제로만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하루라도 빨리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아 억울함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국가와 시민단체가 나서야 한다. 한국전쟁 중 억울하게 돌아가신 거제지역 1000명의 민간인 희생자 분들의 분노와 절규가 오늘 이 순간 메아리쳐 돌아오고 있는 것만 같다.

    유천업 (거제해금강 테마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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