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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新음서제- 김희진 정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17-11-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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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븐일레븐을 아시는가? 흔히 보이는 24시 편의점 이름이 아니다. 고시나 다양한 직종에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합격을 하려면 도서관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공부를 해야 한다는 데서 온 말이다. 계절을 느끼는 것은 고사하고 잠 자고 밥 먹는 시간마저 쪼개 책을 끼고 앉아 보낸 각고의 시간과 땀과 열정은 반드시 합격이라는 결실로 돌아올 거라 믿으며 많은 청년들은 ‘세븐일레븐’을 실천하고 있다.

    ▼요즘과 견줄 수는 없겠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공부해 뜻을 이뤘다는 형설지공이란 말이 있다. 조선시대 젊은이들은 입신양명하기 위해 형설지공을 되새기며 과거공부를 했지만 신분사회였던 그 시절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으니 바로 ‘음서제’다. 공신, 현직 당상관의 자손, 친척을 과거 없이 채용하는 이 제도 덕에 음서 출신자가 과거 급제자보다 많았고, 가세에 따라 관직의 출발선도 달랐으며 고위관직 진출도 많았다고 한다.

    ▼권력자의 혈연·학연·지연을 타고 음서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강원랜드 채용비리는 현대판 음서제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5%의 부정청탁도 믿기 힘든데 무려 95%가 ‘빽’으로 들어온 사람이었다. 부정청탁자 중 전·현직 국회의원이 있다. 그들 중 일부는 금수저일지 모르지만 몇몇은 개천에서 난 용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부정청탁 때문에 승천했다 스스로 하천으로 추락함과 동시에 개천에서 용이 나지 못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도 일조했다.

    ▼최근 도내에서도 전 지사의 측근 인사로 인한 잡음으로 경남도가 나서 인사·채용 분야 특정감사에 이어 채용과정에 공정성·투명성을 높일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대책은 헬조선, 흙수저, 삼포세대 등 취업난·실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층을 빗댄 많은 신조어 사이에서 맥없이 파묻혀 버린다. 얼마나 더 포기해야 할지 몰라서 생긴 N포세대를 거쳐 포기의 달관에 강제로 올라야 하는 달관세대들에게 이 나라는 얼마나 더 가혹해져야 할까.

    김희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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