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속에서 살려달라는 고함소리가…”
목격자가 전한 화재 순간‘펑’ 소리와 함께 불기둥 치솟아“두번 다시 생각하기 싫다, 무섭다”
- 기사입력 : 2017-11-0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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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터널 입구의 화물차 화재 현장의 목격자들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며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
2일 산업용 유압유를 실은 5t 화물차에 들이받히는 사고를 당한 코란도 차량 운전자 백모(37)씨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사고를 겪었다. 그는 “김해에서 창원으로 넘어오는 길이었다. 트럭이 와서 그대로 내 차를 들이받았다. 1차선에서 운전 중이었는데 화물차에 부딪히면서 2차선으로 튕겨나가고 갓길에 차가 겨우 멈췄다. 죽는가 싶었다”고 말했다. 백씨는 “차에서 내리니 반대편 차선이 불에 휩싸여 있었다. 불 속에서 살려달라는 사람들 고함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살려달라고 내 눈앞에서 불타 죽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8살과 4살, 2살 딸이 셋이나 있다. 아내와 자식들을 못 보고 정말 죽는가 싶었다. 이런 사고를 처음 당해보는 데 두 번 다시 생각하기 싫다. 잠을 자면 꿈속에 나올 것 같다. 무섭다”고 악몽같은 기억을 떠올렸다.
사고 화물차에서 떨어진 유압유 드럼통과 드럼통에 부딪힌 차량들에 불이 붙으면서 시커먼 연기가 치솟고 있다./경남경찰청 동영상 캡처/
백씨는 대형사고로 전개된 2차 사고의 안타까움도 전했다. 그는 “화물차 기사나 여러 사람이 사고로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희생자들 가족들 마음은 얼마나 아프겠나. 회사에서 시켜서 한 것인지 영문은 알 수 없겠지만 화물차에 기름을 싣고 다녀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기름통만 똑바로 고정을 잘 시켰어도 2차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1t 탑차 조수석에 타고 장유 방면으로 가던 심모(49)씨는 불기둥이 치솟는 순간을 보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고 몸이 얼어버렸다고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 심씨는 “김해 방향으로 가고 있었는데 앞쪽에서 불길이 확 치솟은 후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탈출하고 있었다”며 “차 앞으로 드럼통 하나가 굴러와 대피하려는 순간 옆에 있던 드럼통 2개가 폭발하면서 멈칫했지만 곧바로 대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차가 조금만 더 앞으로 나아갔다면 전신에 화상을 입고 인터뷰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씨는 찰나의 탈출로 생명을 구했다. 사고 후 심씨의 1t 탑차는 뼈대만 남았고, 범퍼 밑에는 200ℓ짜리 드럼통이 찌그러진 채 깔려 있었다.
유압유를 실은 화물차가 중앙분리대를 충격하는 장면(위)과 충격 후 불이 붙은 모습(아래)./네티즌 동영상 캡처/
그랜저 승용차에 타고 있다 가까스로 차량에서 빠져나왔다는 이모(53)씨는 눈 깜빡할 사이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곳곳에서 불기둥이 치솟았다고 말했다.이씨는 “차량들이 장유 방면으로 40~50㎞ 속도로 정상 주행하고 있었는데, 앞쪽에서 ‘펑’ 소리가 난지 2~3초 만에 불길이 1차로부터 밀려 들어와 차량들을 덮쳤다”며 “피해차량 중 네 번째에 위치한 나는 긴급하게 대피해 화를 면할 수 있었지만, 불길이 워낙 빨라 피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안타까운 마음에 사고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사고 수습 현장을 끝까지 지켰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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