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 불탄 차량 뼈대 남고 드럼통 나뒹굴어
화마 휩싸인 차량 회색 빛 띠어기름·물 섞인 도로 걷기 힘들 지경도로 옆 잡풀도 희뿌연 재로 변해
- 기사입력 : 2017-11-0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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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현장은 불에 타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차량들과 트럭에서 떨어져 나온 드럼통으로 마치 폭격을 맞은 듯한 모습이었다. 도로에는 기름과 화재 진압용 물이 뒤섞여 걷기조차 힘들 만큼 미끄러운 상태였다. 작동유에서 풍기는 매캐한 냄새는 사고 현장 수백미터까지 퍼져 나갔고,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2일 창원터널 창원 방향 1㎞ 지점에서 발생한 차량 연쇄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전강용 기자/
창원터널 김해 방향 편도 2차로의 도로에는 불에 탄 피해 차량 9대가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다. 차량과 차량 사이, 또 차량 앞에는 200ℓ짜리 드럼통이 맞닿아 있었다. 차량들은 화마에 휩싸여 원래 색깔을 잃어버린 채 회색 빛을 띠었다. 첫 번째 피해 차량과 마지막 피해 차량의 간격은 100미터가량이었다. 맨 앞에서 피해를 당한 검은색 SUV차량만이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처음 화재가 발생했던 5t 화물차 적재함에는 불에 타 시커멓게 그을린 200ℓ 드럼과 20ℓ 말통 20여개가 그대로 실려 있었다. 사고 당시 앞으로 쏠리는 하중을 견디지 못했는지 트럭의 적재함과 운전석은 맞닿아 있었다. 도로를 양분하는 콘크리트 중앙분리대 위에 설치됐던 철제 구조물도 사고의 충격으로 수백미터 파손됐다.
당시 화재의 위력은 현장 곳곳에 고스란히 남았다. 도로 변에 설치된 약 7m 높이의 도로 관리용 CCTV에도 화마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카메라를 감싸는 투명 플라스틱은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녹아내려 도로 바닥까지 엿가락처럼 쭉 늘어나 있었다. 차량 합류지점을 알리는 노란 교통안내판도 시커먼 그을음이 묻어 있었다. 도로 옆 경사면에 자라난 잡풀들도 화재의 여파로 재로 변했다. 구조대원들이 밟고 지날 때마다 허연 재가 날렸다.
오후 3시 40분께 불에 탄 차량에 탑승해 있던 피해자들의 유족들이 도착했다. 뼈대만 남은 차량을 확인한 유족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목 놓아 울었다. 남편의 사고 소식을 잘못 듣고 현장에 도착한 한 여성은 남편이 사망이 아닌 경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상황본부에서 듣고서야 안도의 눈물을 쏟아 내기도 했다.사회부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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