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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웨딩다이어리 (9) 진짜 프로포즈

  • 기사입력 : 2017-11-03 1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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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우선 밝힌다. 서운해서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건 아래에 적었다.

    내 나름대로 정했던 프로포즈 유예기간은 10월 19일이었다. 그날은 회사 선후배들에게 '저 결혼해요!' 알리고 축하 받는 댕기풀이가 예정돼 있었고, 결혼 한 달 정도를 앞둔 시점이었다. (원래 댕기풀이는 신랑 될 사람이 결혼이 확정되면 친구들을 불러 대접하고 결혼 사실을 알리는 자리지만, 우리 회사는 여자도 한다. 으레 하는 전통같은 느낌?)

    결론은 못 받았다. 아직도.

    예전에 유부녀 지인들이 남편이 결혼할 때 프로포즈를 안 했다며 푸념할 땐 사실 크게 공감하지 못했는데 이젠 내가 이러고 있다.(그땐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싶기도 했고, 사실 내 일이 될 거라곤 생각 못했으니까.)

    평소 프로포즈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입사해 1년 정도 됐을 때 '경남비경'이라는 코너의 기사를 쓰게 됐을 때 글에서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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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빅 피쉬'를 본 게 한 10년 전이었다. 남자 주인공은 여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녀가 좋아하는 노란 수선화를 시야가 닿는 지평선 너머까지 가득 심은 뒤 그녀에게 청혼하는 내용이 있었다. 좋아하는 꽃이었고, 그 이후로는 받고 싶은 프로포즈가 됐다.

    현실적이지 않다고 굳이 따지고 들어가면 사실 꼭 그 프로포즈를 바란 것도 아니었다.

    이제는 내가 정했던 유예기간을 지났기 때문에 편하게 글로 마음을 전할 수 있겠다. 얼마 전에 한 후배가 자기 여자친구에게 청혼을 할 예정이라는 얘기를 했었다. 그 사람이 너무 좋아서 빨리 함께하고 싶다며 말이다. 결혼 허락을 구한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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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uld you marry me?' 나랑 결혼해줄래요?

    '그래 그거지' 했다. 나랑 평생을 함께 해주겠냐 동의를 구하는 것. 진짜 프로포즈였다.

    사실 많은 커플들이 가짜 프로포즈를 하는 것 같다. 결혼하기로 하고, 상견례를 하고, 예물예단이 다 오가고, 결혼하기 전 하나의 과정으로 프로포즈라는 것을 했다. 사실 기분이야 좋겠지만 이미 하기로 한거 이미 답은 정해져 있는 문제니 내 기준에서 크게 감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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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후배로 인해 문득 진짜 프로포즈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지만 생각보다 주변에 '진짜'는 많았다.

    10월 말 결혼한 후배, 11월 초 결혼할 선배 얘기다. 후배는 여자친구가 수개월 전에, 선배는 남자친구가 1년여 전에 결혼 허락을 구하더랬다.(사생활이니 어떻게 했는지는 밝히지 않겠다. 절대 부러워서 배가 아픈 건 아니다.)

    (내 일 아니라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거절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하는 진짜 고백, '나랑 결혼해줄래?' 크, 멋있다. 정말 받고 싶었지만 나는 이제 기회가 없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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