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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지역 문화예술축제 이대로 괜찮은가?- 이근택(창원대학교 명예교수)

  • 기사입력 : 2017-11-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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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의 가치는 물질적이건 정신적이건 인간의 즐거움과 채워짐에 있다. 그런 관점에서 지역문화예술축제가 개인, 가족, 주민, 시민을 하나로 묶어주며 이를 통해 즐거움과 자부심, 행복감으로 채워짐을 느끼게 해 준다면 성공적인 축제가 된다. 우리나라는 ‘축제의 나라’라고 할 정도로 1000여개의 축제가 해마다 지역별로 개최되고 있다. 10년 이상 계속되어 정착된 모범적인 축제도 여럿 있고, 명맥을 유지하기에 급급한 축제들, 재정비하거나 연구 대상인 축제들도 있는 것 같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특성을 살려 개최하고 있는 문화예술행사는 30% 정도가 10월에 집중되어 있다. 단풍 등 아름다운 자연환경 때문에 집중될 만하다. 축제들은 대개 체험행사(체험, 채취, 썰기, 시식회, 배워보기 등), 공연행사(전통민속공연, 국악, 공개방송, 가수초청공연, 고적대 퍼레이드 등), 부대행사(개막식, 폐막식, 이벤트 학술대회, 먹거리 장터 등) 등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축제들이 대동소이하여 획일적이고 이벤트성 행사로 인한 예산과 시간, 노력의 낭비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역축제가 1990년부터 갑자기 증가하자, 2008년경부터 축제 통폐합이 각 지자체별로 이루어지면서 2010년 926개가 813개로 축소되었다. 축제 명칭도 세련되게 바꾸고, 축제 목적에 부합되는 콘텐츠도 개발하여 행사가 내실 있는 방향으로 많이 개선되었다. 국가적 경제성장이라는 좋은 조건은 문화예술의 향수를 갈망하는 계층의 자연증가와 문화예술에 대한 시민의식을 성숙한 단계로 이끈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제시해 줄 수 있다. 문화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단순 계산하여, 보고용 결산서 작성에만 신경 쓴다면, 축제의 참된 의미가 퇴색되기 쉽다. 얼마전 한 다큐멘터리 TV 프로그램에서 독일의 한 소년에게 ‘한국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를 묻자 그 소년은 ‘한국은 축구를 잘하는 나라’ ‘온 국민이 붉은 옷을 입고 응원하는 나라’ ‘대~한민국’이라 대답했다. 이 소년이 성장해 한국과 무역을 한다면 경제적 효과는 지금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2002월드컵 축제’는 대표적인 성공 축제였다. 아마도 지역문화예술축제의 자생력 증진에 대한 표본적 사례가 될 것이다. 공식적 주체자인 월드컵한국조직위원회와 정부는 26조46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제적 성과를 냈다고 발표했다. 대다수의 국민들도 월드컵축제를 성공한 축제의 대표적 모형으로 인정한다. 국민 화합과 사기 진작은 물론 참여의식을 일궈냈고, 명실상부한 난장(장날 외에 특별히 며칠간 부정기적으로 열리는 시장)으로서의 축제의 전형을 창출하였다. 이는 우리 국민 모두가 직접 참여해 눈으로 확인했기에 공감한다. 서울을 비롯해 지방 10여개 도시 분산개최, 32개 국가대항의 축구와 열띤 응원이라는 내용을 가진 축제였다. 여기에 난장, 각종공연, 전시, 집단 퍼포먼스 등의 복합적 행사라는 특수한 형식을 가진 행사였다. 온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환호와 함께 응원의 열기에 동참하게 만들었다. 도로는 사람들이 즐기는 축제의 장이 되었고, 식당이나 주점들도 어느새 같은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또 다른 광장이 되어 우리 모두가 한 공동체임을 확인시켰다. 월드컵 4강 진출의 신화는 우리를 관객의 위치에서 주인공의 자리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축제는 ‘문화를 소비하는 공간이 아닌, 즐김으로써 생산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파블로 피카소의 ‘라파엘처럼 그리기 위해 4년이 걸렸지만 어린아이처럼 그리기 위해서는 평생을 바쳤다’란 말의 뜻을 되새겨본다.

    이근택 (창원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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