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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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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범죄’ 정부 대책, 피해자 구제방안 미흡

2012~2016년 경찰청 자료 분석
가해자 절반 피해자와 연인 사이
피해자측, 면식범 신고 꺼려

  • 기사입력 : 2017-11-0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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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떡해야 안전하게 이별을 할 수 있을까요?”

    지난달 20대 여성 A씨는 수년간 교제한 애인 B씨와 ‘안전하게 헤어질 방법’을 문의하기 위해 도내 한 성폭력상담소를 찾았다.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리벤지 포르노’의 대상이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교제 기간 A씨는 B씨의 요구로 성관계 당시 자신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당했다. A씨가 헤어지겠다는 통보를 할 때마다 B씨에게 들었던 말은 ‘헤어지면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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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여성 C씨는 ‘자신과 헤어질 경우 SNS에 성관계 영상을 올리겠다’는 애인 D씨의 협박을 받고 성폭력상담소를 찾았다. C씨는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이별을 통보했고, 이에 격분한 D씨는 얼굴 부분을 모자이크한 채로 페이스북에 영상을 올렸다. C씨에게는 ‘OO로 지금 바로 오지 않으면 편집하지 않은 전체 영상을 올려버리겠다’고 재차 협박했다. 상담소 측은 즉각 경찰에 A씨를 고발 조치했지만 영상은 이미 퍼진 뒤였다. 도내 한 성폭력 상담소장은 “영상을 통해 상담해본 결과 가장 심각한 문제는 상호 합의하에 찍든 몰래 찍든 영상에는 ‘힘의 우위’에 있는 남성은 찍히지 않고, 여성의 얼굴과 신체만 찍힌다는 것이다”고 털어놨다.

    몰카(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이를 뿌리뽑기 위한 정부의 대책에서 피해자 구제 방안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9월 말 △변형카메라 불법촬영 탐지·적발 강화 △불법촬영물 유통차단 및 유포자 강력 처벌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등을 주요내용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여성관련 단체들은 정부가 관련 제도 마련 등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에는 환영하면서도 성범죄 피해자들이 면식범인 가해자에 대한 신고를 꺼리는 근본적인 상황에 대한 개선책은 빠져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2~2016년)간 몰카 범죄로 검거된 1만6201명 중 98%인 1만5662명이 남성이었으며, 특히 가해자가 면식범인 2259건 중 절반에 가까운 1077건(47.7%)이 피해자와 연인 사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내 한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가해자 처벌 강화도 좋지만 피해자가 범죄의 희생양이 된 이후 이를 입증해야만 처벌이 이뤄지는 시스템이라 피해자 지원·보호대책은 많이 부족하다”며 “입법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 대처교육 프로그램을 확충하는 등 다양한 보호·지원책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타인을 함부로 촬영하는 것은 범죄’라는 공감대를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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