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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 이상규(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7-11-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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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80년대만 해도 공무원은 박봉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인기가 있는 직종이 아니었다.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 시절이었지만 경제는 활황이었고 젊은이들은 어렵지 않게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해서 당시 젊은이들은 공무원보다 더 나은 회사를 찾아 취직했다. 그런데 1997년 말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고 그 과정을 지나면서 사기업은 너나없이 ‘구조조정’과 ‘임금삭감’이라는 큰 소용돌이를 맞게 된다. 당시 직장을 온전히 지킬 수 있는 곳은 공직이 유일했다. 이후 공무원의 입김이 세지면서 공직은 꾸준히 임금이 상승했지만, 일부 대기업을 뺀 중소기업 종사자와 자영업자는 소득이 그만큼 오르지 못하거나 정체하고 혹은 더 추락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리하여 공무원의 인기는 점점 올라 요즘은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수십대 1일 정도로 공무원이 인기 직종이 됐다. 여기에 더해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연금의 가치가 더 효과를 발휘해 공무원의 소득이 중소·중견기업 취직자보다 훨씬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공무원에 합격하면 중소·중견기업 취직자보다 퇴직 때까지 최대 8억원 가까이 더 벌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냈다.

    연구원이 낸 ‘공무원 시험이 퇴직 전 누계 소득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7·9급을 준비한 공시생이 시험에 합격해 공무원이 되면 근로자 50명 미만의 소기업에 취직한 경우보다 평생 소득이 최대 7억8058만원 더 많았다. 공무원은 퇴직까지 15억원 넘는 소득을 올린 반면 소기업의 경우 8억원에 조금 못 미쳤다. 또 중견기업 (300~999명) 취업자보다는 최대 4억8756만원 많았고, 대기업(1000명 이상) 취업자보다는 6875만원 적었다. 공무원이 되는 게 신분 보장뿐만 아니라 소득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에 너나 할 것 없이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고 사회적 비용도 만만찮다. 한 조사에 따르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시험준비 기간에 주거비·식비·교재비·학원비·용돈으로 월평균 62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특히 타지에서 온 자취생의 경우 주거비가 더 추가돼 월평균 지출비는 100만원 안팎으로 훌쩍 올라간다.

    단번에 시험에 합격되지 않아 몇 년을 뒷바라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서울이나 부산 대구 등 타지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유학을 시키는 부모의 등골이 휠 정도이다. 옛날 대학이 우골탑(가난한 농가에서 소를 팔아 마련한 학생의 등록금으로 세운 건물이라는 뜻으로, ‘대학’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었다면 지금은 공무원 시험이 우골탑인 셈이다.

    프로스트의 시처럼 나이가 들면서 ‘가지 않은 길’에 대해 간혹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인생을 살면서 맞이하게 되는 큰 갈림길(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는 일, 직장을 찾는 일, 배우자를 결정하는 일 등…)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다르게 전개됐을까 생각해본다.

    개인적으로 젊은 날 잠시 교육공무원을 하다 직장을 옮긴 경험이 있기에, 이직을 하지 않고 그 길로 쭉 갔다면 또 어떤 인생이었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 적 있다. 하지만 세상사 새옹지마라고 하니 앞으로 세상이 또 어떻게 변할지 누가 알 수 있으랴.

    이상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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