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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보다 바꿔보는 공직자를 기대하며- 정기홍(거제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11-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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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주차하는 데 한 15분 동안 뺑뺑 돌았습니다. 이렇게 주차할 데가 없나. 일본 가보셨지요? 어딜 가도 주차공간이 얼마나 잘돼 있습니까. 일본 사람들은 경적소리도 안 냅니다. 우리나라는 일본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어요, 멀었어.”

    얼마 전 창원시내 찻집에서 만난 모 자치단체 간부공무원 A는 짜증을 내면서 투덜댔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본은 얼마나 깨끗하고, 얼마나 치안이 잘돼 있습니까. 미안해서 껌종이도 함부로 못 버리겠고, 새벽 1시에 돌아다녀도 안전합니다. 그뿐입니까.”

    그가 내뱉는 말들은 새로울 것도 없다. 일본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들이다.

    주차하는 데 힘이 든 A는 상기된 채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며 계속 불평을 쏟아냈다. ‘조선놈’이라는 말도 몇 번 썼다.

    내가 맞장구쳐주기를 바라는 눈치와 말투였지만 그럴 수 없었다. 물론 일본이라는 나라, 못된 점도 많고, 좋은 점도 많은 나라다. 특히 애국, 준법, 공금, 약속, 의리 등을 중요시하는 일본인들이 부러울 때가 많다.

    하지만 A의 말을 듣고 있는 동안 내내 씁쓸했다. 주차할 곳이 없어 ‘뺑뺑’ 돈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다른 사람이 불평을 내뱉고 있었으면 한 번쯤 맞장구라도 쳤을 텐데 공무원, 간부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A가 후안무치(厚顔無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989년 해외여행이 전면 자율화되면서 많은 국민들이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고 있다. 공직자들도 미국·캐나다, 유럽, 일본 등 선진지를 견학하고 있다. 국민과 주민의 삶을 책임지는 이들의 견학은 장려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직접 보는 것이 낫고, 두 번 보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문제는 30년 가까이 선진지 견학을 해오고 있어도 ‘견학’에서 끝나버리고, 흔히 말하는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가 안 된다. ‘좋다’와 ‘조선놈’에서 끝나기를 반복한다. 세금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있다.

    건물이나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 ‘주차난’부터 발생한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건물주나 시행업체는 법을 어기지 않고 지었다. 그러면 법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 안 바꾸는 바람에 하루 종일 ‘난’이 발생하고 있다.

    창원시 성산구, 의창구 등 계획도시구역 내의 단독주택가에 들어서도 길은 있는데 차량의 양방향 통행이 안 되는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매우 잘못됐는데, 지금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앞으로는 더 심각하다. 집 안의 주차장은 타 용도로 쓰이고, 주차장은 대문 앞이다. 90% 이상이 이런 실정이다. 타 지역도 마찬가지다. 굳이 따지자면 누구 탓인가.

    관계 법이나 조례를 바꾸어야 될 사람들이 바꾸지도 않고, 지도·단속해야 할 사람들이 지도·단속도 하지 않은 바람에 이 꼴이 돼 있는데, 일본을 극찬하고, ‘조선놈’ 운운하고 있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동네 꼴은, 나라 꼴은 어떻게 될지 답답하다.

    책임져야 할 중앙부처와 광역·기초자치단체 공무원, 그리고 국회의원과 광역·기초의회 의원 등이 불평을 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기’다. 가책(呵責)을 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국민과 주민은 ‘최소한’이 아니라 ‘모든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다소 기대를 하면서 이런 말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내 소관이 아니다”라고 외면하는 공직자들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정기홍 (거제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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