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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성남과 창원의 청년수당- 서영훈(부국장대우 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17-11-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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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월세 30만원짜리 고시원에서 지내며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 A씨. 그동안 공부하는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며 생활비를 해결해 오던 그는 지난해부터 서울시로부터 청년수당을 받으며 겨우 한숨을 돌리고 있다. 그는 월 50만원을 쓸 수 있는 은행의 청년보장카드로 어학학원 수강비와 식비, 교통비 등을 지불한다. 그러나 이 수당을 받는 기간은 길어야 6개월이다.

    경기도 성남시에 살면서 직장을 알아보고 있는 청년 B씨도 A씨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B씨는 지난해부터 성남시로부터 청년배당이라는 이름으로 연간 100만원을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으로 받아 책을 사고 옷을 사고 밥을 사 먹는다. 서울과 성남의 또래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창원의 청년 구직자 C씨. 그도 내년부터 매월 30만원의 청년구직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내심 기뻐하고 있다. 비록 액수가 적고 또 받을 수 있는 기간도 최대 4개월에 불과하지만, 온누리상품권으로 받는 청년구직수당을 창원의 서점이나 음식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들 도시가 청년들에게 주는 돈의 명목이나 종류, 사용 가능한 곳 등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모두가 청년들의 구직활동에 힘을 보태기 위해 고안됐다. 이러한 청년수당은 10월 말 현재 전국 9개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에서 청년 구직활동 지원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다수의 자치단체들이 청년수당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성남시의 청년배당에 딴지를 걸던 경기도도 청년들에게 월 50만원을 최대 6개월간 경기청년카드로 주고 있다. 지난해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 예산이 포함된 예산안에 대한 ‘의결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시의회를 상대로 냈던 그 경기도다. 경기도와 마찬가지로 자치단체장이 자유한국당 소속인 부산시와 인천시도 청년수당 대열에 합류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지자체가 정부와 협의 없이 복지제도를 운영하면 지방교부세를 깎겠다며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던 그 정당이다.

    지난해 1월 성남시는 전국 최초로 청년배당을 지급한 이후 정치권 일부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 포퓰리즘이다, 청년들이 상품권을 현금화해 데이트 비용으로 쓰고 있다,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하는 비판이 쏟아졌다. 청년들에게 돈을 그냥 주면 게을러져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모욕적인 말도 있었다. 그러나 지방동시선거를 겨우 7개월 앞둔 시점이어서 그런지 청년수당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쏙 들어갔다.

    물론 다소의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청년들이 청년수당을 지렛대로 삼아 자신의 적성에 맞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서 한국사회 주요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수십, 수백 배나 많은 예산을 쏟아부어도 좋을 일이다. 작은 부작용을 빌미로 제도를 탓하는 것은 옹졸하다. 부작용이 생기면 보완책을 마련하면 된다.

    청년수당으로 청년실업을 바로 해결할 수는 없다. 그래도 청년들이 이 수당으로 조금은 더 인간적인 삶을 살면서 내일을 준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청년들이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우리 사회에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한 청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먹고만 살 수는 없었다”면서 “청년수당 덕분에 대인관계를 회복했다”고 했다.

    서영훈 (부국장대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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