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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문화를 평가하는 기준이란 무엇인가?- 유천업(거제해금강 테마박물관장)

  • 기사입력 : 2017-11-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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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마다 장소마다 삶의 보편적 양식이 형성돼 있으며 그 바탕에 특별한 사건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기억과 기록들을 수집하고 보존해 전시로 재구성해 선보이는 곳이 물관이다. 해금강테마박물관은 한국의 50~70년대 근현대 생활양식들을 전시하고 있다. 특정한 시간·장소의 흔적들을 수집한 만큼, 다양한 관람객이 오고 간 만큼 공감의 폭을 모두 충족시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관람객이 평가하는 박물관의 기준과 수준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고민할 때가 있다. 시대를 더욱 거슬러 전혀 짐작지 못하는 유물이나 값비싼 것들에는 가치를 높게 매기는 반면, 한때 우리 삶의 양식들 그러니까 가까운 과거일수록 가치를 깎아내리는 모습에 당황스러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을 거치고 시대의 변천 속에서 문화란 높은 교양과 깊은 지식 또는 세련된 아름다움이나 우아함,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어야 하며 시가로 몇천억짜리만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전시·보존돼야 한다고 여기는 것은 인식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물건 하나하나에는 주인이 있고 용도가 있으며 사연이 있을 것이다. 이 시대에 돌덩어리 몇 개를 두고 석기시대 문화를 전하고 쇳조각 몇 개에다 철기시대 문화를 논할 수는 없지만, 그 당시의 보편적 생활상을 통해 최소한 인류가 살아온 발자취를 느낄 수 있지 않나 싶다.

    문화의 다양성은 각 나라의 사람들이 식사하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고, 미국·영국에서 포크와 나이프를 쓰고, 인도에서 손으로 음식을 먹는 다. 이렇듯 문화는 그 지역이나 나라의 환경에 알맞게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좋고 나쁘고를 판단할 수 없다. 우리의 문화만 옳다고 생각하거나 어떤 문화에 대해 좋거나 싫다는 등의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은 문화적 편견이다.

    문화를 평가한다는 것은 조심스럽고 위험한 일이며 어떠한 기준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의 다양성과 보편성에 대한 가치를 인정함으로써 그것이 시대적 변화와 흐름에 맞춰 문화를 가꾸고 또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유 천 업

    거제해금강 테마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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