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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적폐 공방보다 협치가 더 급하다- 김명현(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7-11-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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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20여일간 진행된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는 여야의 적폐·신적폐·정치보복 공방으로 얼룩졌다. 행정부의 국정 수행 능력이나 방향, 적정성을 따지는 국정감사가 정쟁으로 날샌 것이다. 정책감사가 제대로 되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국민들이 기대했던 경제와 민생, 안보 대책은 실종됐다. 국감을 지켜본 국민들의 실망감은 적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은 일자리 부족, 내수 침체, 기업 경쟁력 하락, 자영업 몰락, 가계부채 증가, 안보 불안 등 여러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정치권은 이런 문제들에 관심을 쏟지 않고 있다.

    어느 정권이나 집권 초기 과거 정부의 문제점을 짚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민생이 어렵고 안보 위기가 심각한데다 국민 통합이 시급한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진다. 정부가 이런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국력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나 여당은 그럴 의사가 없어 보인다. 국가 위기상황에서 새 정부 국정 동력을 과거 정부 청산에만 쏟아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문재인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났지만 여야는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이라는 격렬한 정쟁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및 집권 여당이 보수 야당과 벌이는 적폐 공방은 국민들에게 이미 상당한 피로감을 주고 있다. 집권 여당은 박근혜 정부는 물론 이명박 정부 시절 문제점을 모두 적폐로 규정하고 검찰에 ‘청산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전 정부는 물론 전전 정부의 행위에 문제가 있으면 수사해서 청산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명분이 있어도 청산 주체나 절차, 수단, 과정이 적절하지 않으면 역풍이 불게 된다. 청와대와 여당이 사정기관을 동원해서 주도하는 적폐청산이 이전 정부 구태를 재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년일자리 부족, 양극화 심화, 저출산·고령화, 북핵 위기 등 국가 현안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런데도 과거 정권 문제점만 들추고 처벌하는데 올인함으로써 그 순수성을 의심받고 있다.

    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적폐청산 공세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며 의심하는 국민도 늘고 있다. 국정 전 분야에서 보수 정부 시절에 대한 적폐청산이 지속되면서 정치보복으로 생각하는 국민도 증가하는 추세다. 집권 세력은 적폐청산이라고 얘기하지만 당하는 쪽이 정치보복으로 느낀다면 결국 정치보복이 될 수밖에 없다. 집권 세력은 교체되기 마련이고 정치보복이 발생하면 되풀이되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국민들은 현명하다. 한쪽 세력에게만 절대적 지지를 보내주지 않는다. 절대 권력은 부패하거나 국민들을 억압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도 6개월이 지나면서 서서히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상당수 국민들은 탈원전과 코드인사, 공무원 증원, 친노동자 경제정책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야당이 신적폐라며 집요하게 공격하면서 청와대와 여당도 상처를 입었다. 탈원전 선언과 공무원 증원 추진,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 등은 앞으로도 새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여야는 예산과 입법 활동에서 2라운드 전투를 치르고 있다. 여야 갈등이 첨예해지는 만큼 더 큰 충돌이 예상된다. 보수 야당의 재정비는 정국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정치는 타협의 산물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새 정부 국정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야당과의 협치는 꼭 필요하다. 지금 대한민국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예전과 크게 다르다. 패권을 앞세워 자국이익 극대화에 나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이 우리나라를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국가 위기 속에서 여야 협치는 더욱 필요하다. 우리 국회가 국민의 여망을 어떻게 수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 명 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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