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5일 (목)
전체메뉴

[가고파] 국화꽃 찬가- 조윤제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7-11-10 07:00:00
  •   

  • 깊어 가는 가을 이맘때면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라는 시가 떠오른다. 요즘 한창 절정을 자랑하는 국화꽃 근처로 가면 이 시가 귓가에 맴돌아 마치 ‘문학소년’이 된 기분이다. 학창 시절 국어시간에 처음 접할 당시에는 시의 깊고 그윽한 뜻을 몰랐는데, 적당한 세월을 겪고 보니 한 송이 국화가 탄생하려는 인고의 과정이 느껴져 마음이 정제된다.

    ▼국화를 키워 보면 우선 국화의 무궁무진한 생명력에 놀라게 된다. 수년 전 국화향이 그리워 화분을 만들고, 그해 가을 향기 맡으며 꽃을 감상하고, 겨울에 말라버린 쓸쓸한 꽃대를 보며 봄을 기다린 적 있다. 그런데 봄이 오자마자 생기라곤 없던 화분에서 순이 여기저기 올라오는데, 처음 심을 때보다 더 많은 싹이 나와 화분을 한가득 채운 걸 봤다. 국화의 진한 향기만큼 생명력도 대단하다는 것을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국화를 자세히 보면 놀랄 게 또 있다. 처음 작은 꽃봉오리가 생긴 후 만개해 시들 때까지의 시간이 2개월 정도 간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오랫동안 즐길 수 있어 키우는 사람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더 놀라운 것은, 꽃이 펴서 질 때까지 발산하는 그윽한 향기가 일정하게 유지돼 자신에게 가까이 오는 누구에게라도 마음의 안정과 기분을 좋게 하는 향기를 아낌없이 선사한다는 것이다.

    ▼창원시민들은 정서적으로 행복할 일이 많아 참 부럽다. 일례로, 창원시에서 우리나라 최대의 국화꽃 축제인 ‘마산가고파국화축제’를 열어 지역민들에게 꽃 향기로 즐거움과 행복감을 주니 말이다. 특히 각양각색의 꽃을 예술로 재구성한 국화작품을 보기 위해 전국 관광객 150만명 이상이 창원을 방문하고, 이들이 마산 장어거리·어시장·창동·오동동에서 쇼핑하며 쓰고 간 돈이 400억원 가까이 된다니 더 경사스럽다. 지금 국화들은 내년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현재의 예쁨과 이별을 하고 있다. 서서히 탈피하고 있는 올해의 국화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조윤제 정치부 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조윤제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