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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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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시간의 간이역- 김영기(전 경남도의원)

  • 기사입력 : 2017-11-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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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이 해도 겨우 12월 한 달만 남겨두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왜 세월이 빨리 흘러가는 느낌일까. 시간은 흐르는 물과 같이 손으로 움켜쥘 수도 없다. 잡으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물처럼 시간은 부지불식간에 흘러간다.

    우리는 시간에 대해 영원한 채무자다. 하루 24시간을 얻어 쓰고 1년 365일을 빌려 쓴다. 얻어쓰고 빌려 쓸 뿐 단 1초도 갚지 못한다. 빌려 쓰니까 헤프게 느껴지는가 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많던 시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돌아보면 서리 내리는 빈 들판이다.

    그래서 12월은 겸허해져야 한다. 12월은 시간의 간이역이다. 우리는 그 간이역의 플랫홈에 서서 다 써 버린 떠나가는 묵은 해를 위해 겸허해야 하며 희망을 가득 싣고 찾아오는 새해를 기다리며 경건해야 하는 것이다.

    지구의 시간을 빌려 쓰는 것들 중에서 사람이 제일 뻔뻔스럽다. 나무는 한 해를 빌려 잎 달고 꽃피우고 열매를 맺어 놓고도 다시 궁퉁한 한 해를 더 얻기 위해 북풍한설 속에서도 알몸으로 새해를 기다린다.

    한해살이 꽃들은 작은 씨앗으로 허공을 떠돌며 새로 나눠주시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추운 나라의 새들은 새해를 영접하기 위해 그 작은 날개로 수천㎞를 날아오고 고래도 먼 바다를 온 몸으로 회유한다.

    시간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시간이 영원이 흘러갈지라도 그 시간을 얻어 쓰는 우리는 유한한 존재다. 영원의 시간으로 보자면 사람의 한평생이란 것도 새벽에 잠시 맺혔다 사라지는 이슬이며, 저녁에 잠시 반짝하고 사라지는 별빛과 같은 것이다.

    12월은 빌려 쓴 시간의 이자를 셈하는 달이다.

    그 시간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면 가난한 이웃을 위해 베풀어야 하고 그 시간을 탕진했다면 다시 신발 끈을 꽉 묶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달력 속의 숫자 12는 1은 절대자의 모습이며 2는 그 앞에 무릎 끓은 사람들의 모습으로 읽힌다.

    김영기 (전 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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