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거부의 길] (1214)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30

“아침인사 하는 거야”

  • 기사입력 : 2017-11-14 07:00:00
  •   
  • 메인이미지


    장대한의 몸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장렬한 전사야.”

    장대한도 유쾌하게 웃었다.

    서경숙은 달콤하고 나른한 기분이 엄습해왔다. 어느 새 두 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전사라는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 서경숙은 온 몸의 기운이 모두 빠져나간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눈이 감겼다. 깊고 어두운 심연으로 한없이 가라앉았다.

    새벽에 눈을 뜨자 그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코고는 소리가 일정했다. 어둠 속에서 그가 잠든 모습을 한참 동안이나 내려다보았다.

    ‘행복하구나.’

    서경숙은 입언저리에 흥건하게 미소를 지었다. 지난밤의 격렬했던 사랑이 떠올랐다. 다시 한 번 그런 사랑에 빠져들고 싶었다. 그러나 무리할 수는 없다. 어젯밤의 사랑으로 그는 녹초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어둠 속을 더듬어 그의 하체로 손을 가져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이 손에 잡혔다.

    밖은 아직도 어두웠다. 그러나 새벽빛이 가까이 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일어나야 한다. 아침을 먹고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 서경숙은 그의 하체로 얼굴을 가져갔다. 장대한이 비로소 눈을 떴다.

    “일어났어?”

    장대한은 기분 좋은 목소리다. 약간의 피로한 기색도 묻어났다.

    “아침인사 하는 거야.”

    서경숙은 웃음을 깨물었다. 장대한이 낮게 신음을 삼켰다.

    “천국에 가겠는걸.”

    장대한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좋아서?”

    “당연하지.”

    장대한이 웃음을 터트렸다. 서경숙도 환하게 웃었다. 새벽에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으나 할 수 있었다. 새벽의 사랑은 서경숙이 리드했으나 그래도 좋았다. 샤워를 하고 옷을 입은 뒤에 호텔에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했다. 서울로 출발할 때 비로소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단풍이 참 좋은데….”

    장대한이 전방을 살피면서 말했다. 장대한은 직접 운전을 했다. 데이트를 할 때는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누구나 직접 운전을 한다. 서경숙은 옆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차창으로 지나가는 가을 풍경이 아름답다. 강원도는 산이 높고 골이 깊어서 단풍이 더욱 아름다웠다.

    서울에는 오전 10시가 가까워졌을 때 도착했다. 장대한은 서경숙을 갤러리까지 태워다주고 돌아갔다. 갤러리에서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는 골프연습장에 갔다. 민 언니와 정수련을 만나 한참 동안 수다를 떨고 헤어졌다. 어느덧 짧은 가을 해가 설핏 기울고 있었다.

    “내일 골프 치러 갈래요?”

    집에 돌아와 쉬는데 진영숙에게서 전화가 왔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