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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는 지역 갈등의 원인제공 기관- 김재익(남해하동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11-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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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73년 개통된 남해의 명물 남해대교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이웃사촌인 남해군과 하동군이 최근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갈등의 배경은 남해대교 바로 옆에 새로 건설되는 연륙교에 어떤 이름을 부여할 것인지이다. 새 교량은 길이 990m, 폭 27.5m의 왕복 4차로 규모로 양쪽에서 이어나간 상판이 지난달 연결됐으며 내년 6월 완공 예정이어서 지금쯤은 다리의 이름을 결정해야 할 시기이다.

    남해군은 섬을 연결하는 교량은 통상적으로 섬의 명칭을 땄고, 새 다리가 노후된 남해대교를 대체·보완하는 만큼 ‘제2남해대교’라는 이름이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하동군은 다리가 건설되는 노량해협은 임진왜란 3대 대첩 중의 하나인 노량해전의 격전지이면서 두 지역에 각각 ‘노량’이라는 지명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노량대교’가 합당하다는 입장이다. 다리는 지역을 연결하는 단순한 기능에 앞서 그 지역을 전국에 알린다는 측면에서 명칭의 결정은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 만큼 양쪽 지역민들의 주장은 존중돼야 한다.

    다리 명칭의 중요성에 비례해 두 지역 간 갈등의 골도 깊으며 향후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되기도 한다. 남해군민들은 지난 3일과 경남도 지명위원회가 열린 10일 등 두 차례 도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양 지자체는 보도자료를 통해 ‘제2남해대교는 설득력 없는 허구’라거나 ‘이번 사태에 대한 하동군의 공개 사과’ 등 서로를 겨냥한 감정싸움을 벌였다.


    다리 명칭 결정을 두고 두 지역의 갈등을 증폭시킨 데는 경남도의 책임이 작지 않다. 경남도 지명위원회는 명칭 결정을 위한 1차 회의가 열린 지난달 30일 남해와 하동군의 두 부군수에게 ‘노량대교’와 ‘남해하동대교’ 중 한 가지를 합의할 것을 권고했다. 덧붙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량대교’를 국가지명위원회에 직권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직권상정은 경남도가 가진 권한이긴 하지만 특정 명칭을 공개적으로 지칭하면서 합의를 종용한 것은 상식 이하이다. 지명위원회의 직권상정 발언이 결국 지역 간 큰 갈등의 단초를 제공했다.

    당시 경남도 지명위원회는 임기가 31일 만료 예정으로 하루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임기를 하루 남긴 위원회가 권고도 모자라 직권상정까지 운운한 것은 대단한 월권이다. 서투른 회의 진행으로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관련자에 대해서는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경남도는 도내 17개 시·군의 상급기관에 해당된다. 광역자치단체는 주민복지와 지역개발 등 다양한 사업·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면서도 도내 기초자치단체 간에 어떤 이슈가 충돌될 때 이를 해결해주는 갈등조정자로서의 역할은 광역자치단체가 해야 하는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이다. 이번 새 다리의 명칭을 정하는 과정에 일어난 남해와 하동군 간의 갈등에 있어서 경남도가 갈등조정자가 아닌 원인제공자의 우를 범하지 않았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새로 구성된 경남도 지명위원회는 지난 10일 회의를 개최했지만 심의를 보류했다. 양 지자체가 제안한 ‘제2남해대교’와 ‘노량대교’에 대해 국가지명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후 다시 회의를 가지기로 했다. 갈등은 잠복 상태로 들어갔지만 다리 명칭은 언젠가는 결정돼야만 한다. 오랜 이웃 간의 갈등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경남도의 합리적인 결정을 기대한다.

    김재익 (남해하동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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