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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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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가을엔 한 번쯤 손편지를- 우계명(마산중학교 교장)

  • 기사입력 : 2017-11-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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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우리 인근 지역의 코스모스 축제에 간 적이 있다.

    차창 밖으로 꽃잎들이 바람결에 흔들리는 아름다운 물결이 보이기 시작할 때쯤 내 귓가에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라는 노래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훗, 그래, 곱게 물든 단풍잎을 함께 넣어 보낸 연애편지. 참으로 낭만적이었어.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나도 모르게 옛 생각이 떠올라 빙긋이 웃었다.

    다들 손편지 한 번씩 써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구는 사랑하는 연인에게, 또 누구는 부모님이나 친지, 친구들에게.

    손으로 한자 한자 써 내려간 편지는 글쓴이의 마음과 정성이 담겨 있다. 기다리던 편지를 집배원 아저씨에게 전달받은 날이면 마치 큰 선물을 받은 것처럼 설레고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세월이 흐르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손편지 쓰기의 낭만과는 차츰 멀어져 가게 되었다. 나 역시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손편지의 낭만을 잊어버린 지 오래다.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이메일과 휴대폰으로 바로바로 보낼 수 있는 문자나 카톡을 자주 이용하게 되다 보니 손으로 쓰는 편지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낯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상하게 이메일로 받은 편지는 보관하기보다는 쉽게 삭제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종이와 펜이 점점 사라지고 컴퓨터와 휴대폰으로 쉽게 정보를 얻고 바로 소통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장점을 누리며 살고 있는 우리들. 그러나 디지털의 홍수 시대에도 아날로그의 감성이 그리워지기도 하는 법이다.

    손편지. 봉투를 뜯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설렘. 한자 한자 적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행복감에 젖어들게 한다. 그것은 훗날 다시 읽으며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또 하나의 보물이 되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손편지야말로 보낸 사람의 정성을 느낄 수 있는 진정한 편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문명의 이기에 익숙해져 가는 우리들에게 이 가을, 누군가를 생각하며 손편지를 한번 써보는 것은 어떨까?

    우계명 (마산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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