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촉석루] 인력과 자본, 자본과 기계화- 유천업(거제해금강 테마박물관장)

  • 기사입력 : 2017-11-16 07:00:00
  •   
  • 메인이미지


    몇 년 전만 해도 구인광고를 내면 10명 이상이 서류를 냈었다. 지금은 예전같이 많은 신청자가 없고 구직자가 면접을 보는 시대가 됐다. 월급은 얼마냐, 주 며칠을 근무하고 하루 몇 시간을 근무하느냐부터 인턴기간 없이 정규직 채용이 가능하느냐 등 심한 경우는 연봉을 구직자가 제시하는 일도 있다.

    세상이 급변하고 디지털이 세상을 주도하는 현실 속에서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 왔던 나는 자괴감을 느낀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한 폭의 그림 속에 살아 왔던 인생의 경험과 감성을 담아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한다. 미술관은 예술가들의 혼을 담는 그릇이고 박물관은 역사를 담는 그릇이라고 했다. 그러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전문인력이 사라지고 있다.

    대학에서 배우고 익힌 전문지식을 떠나 돈 많이 주는 직장으로의 이동은 지식과 인성과 감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미술관 박물관이 기피 직장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를 느끼게 한다.

    ‘인력과 자본, 자본과 기계화’, 칼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쉬운 표현으로 잉여인력을 말한다.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해야 할 역할을 기계가 대신 해주니 노동력은 남아돈다. 일자리 부족으로 실업자가 발생하는 불완전고용은 노동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자본의 가치는 상승시킨다. 자본이 바라보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다. 문제는 인간이 해야 할 역할을 기계가 대신 해주니 노동력은 남아돈다고는 하지만 남아도는 노동력이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남아도는 노동력은 고임금을 요구하고 자본이 없는 영세사업자는 기계화를 꾀하고 있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을 기계가 대신해주는 세상 속에 우리가 있다. 그렇다면 국가가 운영하는 문화예술기관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자본 없는 문화예술기관이나 교육기관은 어떠한 자구책을 내어놓아야 할 것인가.

    기업의 발전을 다루는 학문이 경영학이고, 국가의 발전을 다루는 학문이 경제학이며, 인간의 감성을 다루는 학문이 인문학이다. 세상의 역사와 공존하는 모든 것이 함께 있는 박물관·미술관이야말로 인문학의 집합체이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학문의 영역을 보존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유천업 (거제해금강 테마박물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