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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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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17)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33

“이게 뭐예요?”

  • 기사입력 : 2017-11-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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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인규는 목소리가 부드럽고 눈매가 깊은 사내였다.

    “진 회장님 매장은 수입 상품과 고급 브랜드를 파는데….”

    “그렇지요. 옷 한 벌에 몇백만원씩 합니다.”

    “국내 브랜드도 고급 원단을 사용하겠군요.”

    “예. 주로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원단을 사용합니다.”

    식사는 주문한 지 10분이 지나서야 나왔다. 반찬은 담백하고 깔끔했다. 서경숙은 식사를 하면서 홍인규와 즐겁게 이야기를 했다. 그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재능을 갖고 있었다. 이탈리아 면직물과 루이뷔통 성공신화까지 그에게서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윤 회장님을 아세요?”

    “윤사월 회장 말씀입니까?”

    “네.”

    “알지요. 진 회장님이 수양딸이라고 하던데….”

    “두 사람 사이가 안 좋은 것 같은데 어떻게 수양어머니로 모시게 되었어요?”

    “모르겠어요. 돈 많은 사람들 생각이야 우리가 짐작이나 하겠습니까?”

    홍인규는 윤사월과 진영숙의 관계에 대해서 모르는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차를 타려고 했을 때였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걸 받아주시겠습니까?”

    홍인규가 쇼핑백을 트렁크에서 꺼냈다.

    “이게 뭐예요?”

    “울 소재의 니트 원피스입니다. 시제품으로 만들었는데 진 회장님에게 보여드릴 생각이었지요. 갑자기 올라가시는 바람에….”

    “이런 걸 받아도 돼요?”

    “받아주시면 제가 영광이 됩니다.”

    쇼핑백 안을 살피자 베이지색의 울 니트 원피스였다. 질감이 좋아 고급제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굉장히 고가인 것 같은데….”

    “받아주세요.”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서경숙은 홍인규의 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가을이 무르익었어요.”

    홍인규가 단풍을 보면서 말했다.

    “단풍도 오래 가지는 않아요. 꽃이 열흘 이상 안 피는 것처럼….”

    “무슨 꽃을 좋아하세요?”

    “국화꽃을 좋아해요. 그런데 선물을 받거나 선물할 수는 없어요.”

    “왜요?”

    “장례식에 쓰이니까요.”

    “정말 그러네요.”

    홍인규가 웃음을 터트렸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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