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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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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담은 하동 평사리

하동 최영욱 시인 ‘다시, 평사리’ 펴내
하동역사와 전통·차밭 이야기 등 담아

  • 기사입력 : 2017-11-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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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동 최영욱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다시, 평사리’를 냈다. ‘평사리 봄밤’ 이후 8년여 만에 나온 신작 역시 같은 곳을 무대로 삼고 있다.

    최 시인은 “하동문학의 부흥과 고양에 도움이 되고자 중장년기를 평사리에서 보내고 있다”며 “이곳이 시와 삶이 함께 어울린 존재 형성의 근원인 셈이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이 평사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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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욱 시인

    그는 평사리 최참판댁 주변에 아주 많은 대봉감은 개치나루와 하동포구로 가는 길을 밝히는 가로등이었다가 농부들 웃음이었다가 까치밥이었다가 따뜻한 호롱불이라고 비유한다. 평사리의 시시때때를 겪은 시인만이 할 수 있는 현장감 있는 묘사다. 책 한쪽에는 손녀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드러낸 아름다운 시편이, 또 다른 한쪽에는 쓸쓸하고도 간절한 삶의 풍경을 전통서정과 서사로 버무린 시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책은 총 4부로 꾸려져 있다. 1부엔 인생에 대한 성찰과 비유를, 2부엔 하동의 역사와 전통, 섬진강을 역사적 상상력으로 읽고 기록했다. 이어 3부에서는 미조와 노도를 통해 서포 김만중의 유배시절을 상기하고 강화도까지 제재를 확대하며 마지막 4부엔 차밭법당에서는 차밭과 차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날이 저물면 저녁이 찾아들 듯/날이 새면 어김없이 오르던 평사리 - 行/늙은 자동차도 길을 다 외워 차도 나도 편안했던/평사리 - 行 이십여 년// 이젠 늙어 기다릴 사람도, 받을 기별도 더는 없어/빈 곳간들을 사람으로, 문장으로 채워놓고// 내 언젠가는 최참판댁 솟을대문을 등 뒤로 두고/개치나루 쯤에서 나룻배 하나 얻어 타고/흐르듯 떠나가겠지// 나는 늘 평사리에서 누군가를 기다렸지만/이제 평사리가 나를 기다려도 좋지 않을까/싶은 것이다// 평사리 - 出 -‘다시, 평사리’ 중 일부-



    평사리에서 늘 누군가를 기다려왔다는 시인은 이제는 평사리가 나를 기다려도 좋지 않겠냐고 고백했다. 정호승 시인은 “시인이여 이제 울지 마시라. 평사리가 달빛처럼 시인을 기다리고 악양골 대봉감이 호롱불처럼 불을 밝혀 가난한 시인의 가슴을 환히 밝혀주지 않는가. 시는 바로 삶의 토지이거늘, 그 토지에 뿌리 내려 매화처럼 열매 맺는 시인의 시적 착지는 참되고 황홀하다”고 헌사한 까닭도 이와 맞닿아 있다.

    공광규 시인은 해설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섬진강역의 하동과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인 남해, 그리고 찻잎을 따고 덖고 우려서 마시는 행위를 중심으로 지역의 지리와 역사, 현실과 기억을 비유적 방식으로 다양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삶의 주변에서 포착하고 채집한 사물과 과거와 현재의 사건을 변주하며 시편 하나하나에 담아가는 시인의 면모가 아름답게 장엄된 한 권의 시집이다”고 밝혔다.

    1957년 하동에서 태어난 최영욱 시인은 정공채 시인의 추천으로 ‘제3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평사리 봄밤’, 산문집 ‘산이 토하면 산이 받고’ 등을 펴냈으며 토지문학제 운영위원장과 평사리문학관장, 이병주문학관장을 맡고 있다. 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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