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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KAI 사장과의 만남, 그 이후- 정오복(사천본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7-11-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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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구상하는 데 필요한 <뉴 하드스킬>, 기업 구성원 스스로 혁신을 이뤄내도록 비전을 제시하는 <동기부여 능력>,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고 조직 내 갈등을 줄이는 <수평적 조직 문화>, 기업이 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배려와 진정성의 경영>. 경제주간지 위클리비즈가 지난해 8월 세계 7위권 경영대학원 학장 4명 등 총 11명의 세계 주요 경영대학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4가지 키워드로 정리한 ‘새 시대 경영자의 자질’이란 기사의 요지다. 이 글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저성장과 저소비, 높은 실업률이 일상화된 ‘뉴 노멀’이 거시경제의 새로운 질서로 자리 잡으면서 이상적인 경영인의 요건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김조원 사장의 첫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후 대입해 본 대목이다.

    관련업계와 언론 등은 김 사장 내정 당시 교통부·감사원 등 유관기관에서 오랫동안 공무를 수행해 온 인물인 만큼 방산비리 혐의로 만신창이가 된 KAI의 내부 기강을 다지면서도 검찰 수사로 어수선한 조직 환경을 추스르는 관리인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국방과 기술적 전문성이 떨어지는, 전 정권 인사 들어내기를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낙하산 인사로 비판받기도 했다.

    그러나 김 사장의 관록은 달랐다. 불과 취임 22일 만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업무 파악력은 뛰어났고, 감사관 출신의 관료라는 우려를 의식한 듯 경영인으로서의 유연성도 강조했다. 또한 “서부경남 출신의 김조원이 사장이 되는 순간 KAI는 정상화 됐습니다.”라는 너스레에서 언론플레이라는 반감보다는 고향민을 향한 애정과 격려, 신뢰를 구하는 간절함도 엿볼 수 있었다. 회계 등 모든 시스템의 국제기준화, 국가방위 수행기업으로서의 정체성 정비를 강조하는 모습에서 경영투명성과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은 직원에 대한 포용성을 기대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독대관행을 없애고 업무·현장 중심으로 직원과 만나겠다는 의지에서 민주적 조직문화를 예상할 수 있었다. 특히 지역사회와의 소통에 큰 기대감을 갖게 했다. 김 사장은 “KAI는 본사가 사천에 있습니다. 넓게는 서부경남에 있습니다. … 종전까지만 해도 지역민에 대한 배려보다 KAI 존립에 너무 신경써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역민과 협력업체와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진주의 사장 숙소를 출근시간에 큰 차이가 없는 사천으로 굳이 옮긴데서 그의 진정성을 느낄 수도 있었다.

    새 시대 경영자의 자질을 따지기보다는, 섣부르게 단기적 성과를 평가하는 대신, 기다려줘야 하는 이유를 찾은 것 같다.

    정오복 (사천본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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