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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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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19)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35

“기다리느라고 지루했지?”

  • 기사입력 : 2017-11-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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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준생은 여전히 건강하고 활기에 넘치고 있었다.

    “청계천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럼 이따가 봅시다.”

    서경숙은 임준생과 헤어져 청계천으로 갔다. 청계천은 가을이고 밤이 깊어 사람들이 없었다. 그러나 물은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물 위에 도시의 네온사인이 비쳤다.

    청계천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았다. 진보 쪽에서는 청계천이 잘못되었다고 비난을 하고 보수 쪽에서는 옹호하고 있었다. 서경숙은 물가에 앉아서 담배를 피웠다. 모처럼 한가한 시간이다.

    윤사월의 얼굴이 다시 떠올랐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윤사월이 좋은 여자는 아니었으나 진영숙도 좋은 여자는 아니었다. 진영숙은 이혼을 하면서 막대한 위자료와 재산분할금을 받았고 친정에서도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았다.

    “진영숙이는 무슨 복이 있어 그렇게 많은 재산을 갖게 되었나?”

    사람들이 모두 진영숙을 부러워했다.

    “그 여자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갖게 된 것은 그 여자 아들일 거야. 진영숙이 죽으면 그 재산도 물려받고 아버지 재산도 물려받지. 상속 재산만 몇조 원이 될 거야.”

    사람들은 진영숙의 아들에게 부러운 시선을 보냈다. 서경숙이 가만히 생각하자 진영숙의 아들이 한국 최고의 부자 반열에 오를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돈이 많은 여자가 윤사월의 재산을 노린다는 말인가?’

    서경숙은 진영숙의 음모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기다리느라고 지루했지?”

    임준생이 개울가로 와서 서경숙의 손을 잡았다.

    “괜찮아요. 조용해서 좋아요.”

    서경숙은 임준생에게 가볍게 키스를 했다. 임준생이 그녀의 허리를 바짝 끌어당겨 포옹했다. 낙지볶음집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젊은이들의 입맛이 변하고 있는데 주인이 전통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추억을 찾는 사람 때문에 초저녁에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었다.

    “매운 걸.”

    무교동 낙지볶음은 여전히 매웠다. 소주 한 잔을 마시고 낙지볶음 한 점을 먹은 임준생이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날씨가 쌀쌀할 때는 매운 것도 괜찮아요.”

    서경숙은 소주를 한 모금 마시고 낙지 한 점을 집어 먹었다. 낙지가 매콤달콤하여 입맛이 당겼다.

    “경숙씨, 가을인데 우리 단풍구경이나 한번 갈까?”

    “어디로요?”

    “단풍은 내장산을 최고로 꼽지. 마지막 단풍이야. 놓치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할 걸.”

    “그럼 내장산에 가요.”

    “주말에는 미어터질 테니까 평일에 가야 돼. 내일 갈까?”

    “좋아요.”

    서경숙은 임준생에게 미소를 지었다. 화제는 진영숙에게 옮겨 갔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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