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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 못받는 경남도문화예술진흥원 이전- 양영석(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17-11-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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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문화예술진흥원이 23일 합천으로 이사 간다. 남의 건물 더부살이에서 벗어나 88억원짜리 번듯한 새 건물로 옮겨가지만 축하한다는 말이 들리지 않는다. 이삿짐을 싸는 직원들은 한숨을 쉬고, 이를 지켜보는 문화예술인의 표정도 밝지 않다.

    앞서 경남도는 자체 건물이 없어 임차료와 관리비로 연간 1억3000만원 이상 지출되는 비용을 절감하고, 문화소외지역인 서북부경남지역에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해 균형발전을 꾀하기 위해 진흥원을 합천으로 이전키로 결정했다.

    명분은 좋지만 접근성이 도마에 올랐다. 합천 인근에 있는 문화예술인들이야 반색했겠지만 다수의 문화예술인들은 걱정이 많다. 내년부터 보조금지원사업 신청접수, 심사, 교부신청, 정산·성과보고 등 모든 절차가 온라인상으로 이뤄지는데, 나이가 많고 컴퓨터에 서툰 문화예술인들이 진흥원을 방문해 문의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게 된 것이다.

    진흥원은 동부경남 문화예술인들을 위해 창원산단 제3아파트형 공장에 있는 문화대장간 ‘풀무’에 보조금 지원사업 담당 인력을 두고 일부 대면심사, 회의, 워크숍 등을 진행할 방침이지만 그럴 바에는 왜 이전하느냐는 말이 나온다.

    창원 경남발전연구원에 있는 현재의 사무실에서 합천군 덕곡면 신축건물까지 자동차로 편도 1시간 30분, 왕복 3시간 거리인데 직원들의 통근·이주대책도 미흡하다. 아울러 업무 특성상 출장이 잦는데 출근 후 창원, 김해 등에서 일을 보고 다시 합천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도 감수해야 한다. 이를 우려한 일부 직원들은 기초자치단체 산하 기관으로 이직하기도 했다.

    진흥원의 합천 이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이전 배경과 절차상 하자 등도 한몫했다.

    먼저 이전에 대한 면밀한 검토, 도민들의 대표인 도의회나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의견수렴 없이 경남도가 독단적으로 이전을 결정하고 진행했다.

    진흥원이 이전하는 장소는 홍준표 전 지사 모교인 옛 학남초등학교 부지다. 고향과 출신학교에 대한 보은 차원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남도는 지난해 6월 23일 경남도의회 정례회 마지막 날 진흥원 이전 사실을 보고했다. 사전에 알려질 경우 반발을 우려해 쉬쉬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런저런 잡음으로 일각에서 이전을 중단하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서슬 퍼렇던 홍 지사 시절에는 묵살됐고 그가 떠난 후에는 공사 중이라는 이유로 사그라들었다.

    ‘도행역시(倒行逆施)’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사리에 어긋나게 행동한다는 뜻으로, 잘못된 길을 계속 고집하거나 시대착오적으로 나쁜 일을 꾀한다는 의미다. 잘못인 줄 알면서 계속 추진한 것도 일종의 적폐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12월 신축공사 착공 전에 도의회와 문화예술계가 나서 강력하게 저지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은 이전을 되돌리기엔 늦어도 한참 늦었다. 건물은 완공됐고 이전은 모레다. 그렇다면 ‘풀무’에 행정업무 대행·상담인력 배치, 통근버스 운영, 관사 확보 등 보완대책을 마련해 문화예술인과 직원들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 앞으로 수요·효율성을 감안하지 않고 사심이나 정략에 의해 문화예술정책이 입안되는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양영석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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