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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기업’ 무학의 변화- 이문재(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7-11-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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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주 ‘좋은데이’가 주력인 무학이 최근 지역 고객들을 초청했다. 행사는 무학이 고객들의 솔직한 생각을 듣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이날 회사측은 수도권 진출에 따른 지역 홀대, 제품의 안전성, 금융상품 과다 투자 등 최근 무학을 둘러싸고 나도는 각종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 나름 고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었지만, 조금은 단편적이라 해명인지 단순한 알림인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이어 최고 CEO인 최재호 회장이 고객과 직접 대화를 나눴다. 어차피 이날 행사는 ‘CEO와의 대화’에 맞춰져 있어, 그의 말 한마디마다에 귀를 세웠다. 그는 “그룹의 염원이었던 수도권 시장 진출 과정에서 지역 홀대 등의 문제가 불거지는 등 다소 미숙한 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따끔한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정도(正道) 경영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3’. 영화 후반부에 알 파치노가 바티칸 주교를 만난다. 그의 모습에는 험난하고 거친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흐릿한 눈초리, 짙은 주름, 구부정한 어깨와 등. 사업을 위해 만난 것이지만, 그는 여기서 뜻밖의 고해성사를 하게 된다. 주교는 주저하는 그에게 온화한 표정으로 권한다. 고해성사를 하시겠소 / 주교님 전 너무 오래되서 무슨 말씀부터 드려야 할지, 제가 주교님 시간을 너무 많이 뺏는 것 같네요 / 영혼을 구해야 한다면 언제든지 시간을 내지요 / 구원 받기엔 늦었습니다 / 아니, 아니요. 고해성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할 때가 있지요. 그 순간을 놓쳐서는 안됩니다 / 회개하지 않으면 고해성사가 다 무슨 소용입니까 / 선생은 실리적인 분이라 들었소. 어차피 손해볼 것 없잖습니까 / 전 아내를 배신했습니다. 제 자신까지도 배신했습니다. 살인을 하고 또 살인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옛날에, 제 친형을 죽이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저희 어머니의 아들을 죽이고, 저희 아버지의 아들을 죽인 겁니다 / 그런 끔찍한 죄를 저질렀으니 고통받는 게 당연하오. 선생도 구원을 받을 수 있소. 하지만 그걸 안 믿으신다는 거 잘 압니다. 변하는 건 없겠지요/.

    세상에서 가장 강했던 한 사내가 고개를 처박고 오열했다. 자신의 야망과 의도대로 패밀리를 장악하고, 숱한 경쟁자들을 물리쳤지만, 정작 스스로는 아수라장에서 헤어나지 못한 불행한 사내의 흐느낌은 처절하다. 그의 괴로움은 ‘인간이 자유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무엇으로부터 빠져나가기 위해 의지하는 어떠한 대상도 결국 자신을 억압하고 있다’는 코폴라 감독의 메시지를 쭈뼛한 얼음처럼 전했다.


    최재호 회장은 이날 고객들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을 했다. 그건 그렇고, 이건 이렇고, 또 앞으로 어떤 식으로 해서 고객들이 원하는 좋은 향토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예상했던 질문과, 또 예상했던 답변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행사의 진정한 의미는 오간 말들에 있지 않다. 좀체 몸을 낮추지 않았던 존재가 내내 낮게 자리했다. 알 파치노의 고해성사처럼. 적어도 기자의 눈에는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고, 또 회개를 약속했다. 그의 말과 행동이 진심이었는지, 어떤 목적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다. 중요하지도 않다. 다만 이날 자신을 한껏 낮춘 변화와 용기가, 고향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향토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진실된 자성(自省)이었기를 바란다.

    이문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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