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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참 이상한 도시 창원- 정해룡(시인)

  • 기사입력 : 2017-11-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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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가고파국화축제’는 이제 옛 마산시를 통합한 창원시의 대표축제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올해로 17회를 맞은 연륜으로 봐서도 그렇고 행사의 질적인 내용면에서도 알차고 풍성했기에 더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마산가고파국화축제’의 국화는 다양한 형태의 모형과 갖가지 색깔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문화예술특별시를 표방한 ‘창원의 집’이라든지, 말을 탄 ‘최윤덕장군’이나 ‘모녀상’ 등은 국화 하나만 가지고도 어떠한 대상이든 조각 못지않게 훌륭한 조형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준 축제였다. 그러나 필자가 이 축제에서 느끼는 소회는 참으로 씁쓸했다. ‘마산가고파국화축제’의 명칭에서 오라는 뜻의 ‘오고파’도 아니고 ‘가고파’란 상징어를 도대체 무엇 때문에 붙였을까 하는 것이다.

    단순히 국화축제가 열리는 그곳에 가고 싶음을 유발해 관람객을 불러 모으고 싶다는 뜻에서 ‘가고파’란 명칭을 붙였을까? 아닐 것이다. 그것은 노산 이은상의 불후의 가곡 ‘가고파’를 차용했으리라고 누구나가 인식할 것이다. 마산시가 창원시로 통합이 되면서 마산시란 지명은 사라졌으나 ‘가고파’는 여전히 마산을 상징하고 푸른 파도 넘실거리는 따뜻한 마산 바다를 상징하고 마산을 고향으로 둔 사람들의 애잔한 향수를 담고 있기에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이 ‘가고파’는 싫든 좋든, 원하든 원치 않든 이은상의 별칭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응당 ‘마산가고파국화축제’ 기간 중에 국화축제를 빛내기 위해서라도 ‘가고파가곡제’도 곁들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돌아오라 소렌토로’란 곡 하나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관광도시 소렌토를 상기해보면 아마도 ‘가고파’란 가곡과 ‘가고파가곡제’로 인해 향후 ‘마산가고파국화축제’는 전국을 넘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리라고 확신한다.

    혹자는 “큰일 날 소릴 하고 있네. 이은상을 반대하는 서슬 퍼런 단체의 반발을 어쩌려고?” 할는지 모른다. 그럼, 애시당초 이은상의 문학관 건립과 가고파 시비(詩碑) 건립을 격렬하게 반대하던 단체에서 ‘마산가고파국화축제’의 ‘가고파’는 왜 반대하지 않았느냐 하는 점이다. 그것은 직접 이은상을 기리고 추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천만에! ‘가고파’는 이미 이은상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던가. 그러니 지극히 자의적이고 이율배반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은상을 반대하는 측에서 이은상을 친일이라 하여, 일제시대 친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령의 ‘김교한’ 시인이 발품을 팔아 전라도 광양의 백운산 등지에서 캐내어 ‘경남문학 56호, 59호’에 세세히 명백하게 밝혀놓으니 언제부턴가 친일시비는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이승만 정권 하에서 3·15에 대한 발언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측에서 이은상의 일부 발언을 문제 삼고 있으나, ‘오하룡’ 시인께서 전후 사실을 적시해 여러 차례 신문지상을 통해 자세히 밝힌 바 있다.

    이제는 이은상을 의도적으로 배제할 것이 아니라 창원시가 명쾌히, 당당하게, 의욕적으로 나서서 해결하지 못하면 창원시는 참 이상한 도시가 될 것이다.

    정해룡 (시인)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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