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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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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도시재생 건축물 재활용에 길을 묻다 (2)

수난의 역사 안에 녹아든 문화의 향기
서천 미곡창고·대전 근현대사전시관

  • 기사입력 : 2017-11-2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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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 공동화 등으로 버려지는 근대건축물에 대한 활용은 지역사회의 고민이다.

    일제강점기의 역사와 맞물려 있는 우리나라의 근대 건축물 대부분은 침탈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기도 하지만 역사적 교훈을 남겨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근대건축물을 건물로서만 재활용하는 것은 가치를 갖지 못한다. 그곳의 역사적 의미와 이야기를 끌어내고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등 과거 속의 건물을 동시대와 함께 호흡하도록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

    서천 미곡창고와 대전 근현대사전시관은 제2의 부흥기를 꿈꾸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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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 강점기 미곡창고로 쓰였던 서천군 문화예술창작공간.



    ◆강점기 수탈 창고, 문화창작공간으로 변모하다

    충남 서천군의 장항은 일제강점기 곡물출항 항구였다. 1931년 장항선 철도 개통을 계기로 곡물 출항의 비중이 커지면서 일제의 필요에 따라 미곡보관창고가 세워졌다. 미곡보관창고는 경기, 충남 일대 쌀 수탈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증거물이자 역사적 가치를 담고 있는 곳이다. 바깥에서 보면 ‘ㅅ’자 맞배지붕을 한 건물 3채가 나란히 붙어 있는 모양새다.

    장항은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도선업과 수산업이 번창했던 지역이다. 하지만 이후 장항제련소 가동 중단, 장항역의 역할 상실 등으로 쇠락을 거듭했다.

    서천군이 해결책으로 눈을 돌린 곳은 옛 미곡창고이다. 서천군 문화예술 창작공간은 장항선으로 실어온 쌀을 일본행 배에 싣기 전 장항항에 보관하던 옛 장항 미곡창고를 토대로 시작됐다. 한동안 방치됐던 이곳이 관심을 끌게 된 계기는 지난 2012년 7월에 열린 공장미술제였다. 회화와 조각, 설치, 영상 등 젊은 작가 130명이 참여해 미곡창고와 어망공장 창고를 실험적인 예술창작 무대로 활용했다.

    이후 미곡창고를 기반으로 한 도시재생 사업에 나선 서천군이 2013년 버려진 공간을 리모델링한 후 2014년에 전시와 공연, 미술 관련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시범사업을 벌였다. 서천군은 리모델링 과정에서 원형을 유지하기 위해 개·보수를 최소화했다. 때문에 일제 강점기 창고건축 원형이 고스란히 남은 미곡창고는 2015년에 등록문화재 제591호로 지정됐다. 서천군은 같은 해에 미곡창고 공간을 활용한 위탁 공모를 실시해 ‘인형극단 또봄’에 운영을 맡기기도 했다. 이 극단은 지난해까지 창작 인형극을 210차례 이상 선보였다.

    창작공간 실내에 들어서면 ‘1959.12.12’, ‘1980.12.19’ 등 소유주가 바뀐 시점의 특정날짜가 써 있는 콘크리트 기둥들과 목재로 튼튼하게 짜인 트러스 구조가 눈에 들어온다. 인형극 무대와 객석, 갤러리, 카페가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갤러리에서는 연중무휴로 전시가 마련된다. 또 체험카페, 공연장, 전시장, 회의실 등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이곳은 관련 인프라 형성이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다. 서천군은 ‘장항6080 프로젝트사업’, 장항 역사문화 시공간 ‘장항도선장 가는 길’사업 등을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서천군 관계자는 “창작문화예술 창작공간의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지속 발굴해 차별화된 문화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관련 사업을 순차적으로 연계 추진해 창작공간은 주민과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 변화를 거듭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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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충남도청을 리모델링한 대전근현대사전시관.



    ◆옛 도청 건물에서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잇다

    대전광역시 중구 중앙로에 위치한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은 지난 2013년 10월 개관했다. 옛 충남도청 건물로 도지사 집무실이 개방돼 있고 20세기 초부터 최근까지 약 100년간 대전의 역사와 발전상, 원도심의 다양한 모습들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건물 내부에는 대전시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기획전시실이 있어 역사는 물론, 건축, 디자인, 민속 등 여러 분야의 특별전과 순회전이 열린다. 그 외에도 이곳은 근대문화 유산인 옛 충남도청사 본관을 활용한 도청사 투어와 음악회 등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그램이 열리는 문화복합공간이다.

    옛 충남도청사 본관은 1932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지사 43명을 거치면서 도정 업무를 수행했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근대문화유산이다. 충남도청은 1896년 충청남도가 탄생한 이래 공주에 있었으나 일제의 식민정책으로 1932년 10월 대전으로 이전했다. 대전의 충남도청은 1932년 2층 벽돌건물로 신축됐다. 6·25전쟁 당시에는 충남도청이 임시정부청사로 사용되기도 했다. 1960년에는 업무공간 부족으로 3층이 증축됐고 이후 몇 차례의 개보수가 이뤄졌으나 큰 변화 없이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특히 본관동 2층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도지사실은 대전 80년 충남 도정의 살아있는 역사 현장이다.

    이 건물이 기능을 다하게 된 것은 지난 2012년 충남 도청이 홍성군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면서다. 대전시는 역사적 유례를 담고 있는 옛 충남도청을 버려둘 수는 없었다. 도청은 지역의 역사를 상징하는 현존하는 유산이기 때문이다.

    이듬해 대전 근현대사전시관을 열고 도지사실 및 부속실을 시민들에게 문화공간으로 개방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구한말 대전의 구국운동이라던가 근대도시의 대전의 탄생과 성장 등 이곳은 80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으로 대전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곳이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전시 개최를 통해 전시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원도심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용훈 기자 yhkim@knnews.co.kr



    "건축물 재활용 성패는 지역주민 관심에 달려"

    /인터뷰/ 이애숙 서천문예창작공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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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천문화예술창작공간 이애숙 대표는 건축물 재활용의 관건은 지역주민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설립 초기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 낮은 상태에서 공간을 운영해 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1년차에는 주민들의 호응이 높지 않아 새롭게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필요했다”며 “2년차에는 이동백 중고제 판소리 대가 공연, 전시회 등을 개최했고 3년차 때는 서천지역 작가를 전시 쪽으로 끌어들이고 공연도 지역 내 공연팀을 불러 자연스럽게 지역예술인들과 연계했다”고 말했다.

    꾸준히 지역과 연계된 공연으로 처음 창작공간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시선은 사그라들었고 지역작가들의 전시회와 소규모 공연 등도 늘면서 지역 주민들의 호응은 높아졌다. 이 대표는 “지금은 일년 내내 스케줄이 꽉 짜여 있다”며 “소규모 청소년 밴드, 지역 전통팀, 플라멩코팀 등을 유치해서 소규모 공연도 하고 있다. 공연을 보기 위해 인근 군산지역 주민들도 오고, 타 시군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공간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연계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미곡창고가 중심인 문화벨트, 미디어센터를 만들어야 한다”며 “현재 주위에 인프라가 없는 것이 한계이다. 문화공간 활성화를 위한 꾸준한 투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바탕이 된다. 주민과 관광객을 아우를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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