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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평창 롱패딩-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 기사입력 : 2017-11-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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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림픽을 앞두고 ‘패딩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2018 평창 올림픽 기념으로 한정 출시된 ‘평창 롱패딩’이 품절사태로 구매대란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 보름 만에 품절됐고, 재입고 후에는 구매자들이 새벽부터 긴 줄을 서고 손님끼리의 다툼에 경찰까지 출동했다. 이미 중고 사이트에서 판매가보다 더 비싸게 거래된다. 이쯤 되면 인터넷에 ‘평창 롱패딩 구매법’을 검색해 보는 이가 비단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평창 롱패딩의 인기 이유는 3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다. 첫 번째가 가성비다. 구스다운(거위털) 치고는 시중 절반의 가격(14만9000원)이라고 소개된다. 두 번째는 연예인 효과다. 지난 4일 열린 평창 드림콘서트에서 가수 선미와 하니가 착용한 사진이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판매율이 급증했다. 마지막은 한정판의 매력이다. ‘패딩계의 허니버터칩’으로 불리는 희소성 마케팅이 구매욕구를 높였다.

    ▼이러한 평창 롱패딩 열풍이 다소 엉뚱한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중고등생 사이에서 롱패딩이 유행하면서, 신(新)‘등골브레이커(부모의 등골을 휘게 하는 비싼 상품)’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일부 중고등학교는 고가 논란에 롱패딩을 아예 금지하기도 했다. 사실상 착한 가격을 내세운 평창 롱패딩 입장에선 좀 억울한 면도 있다. 50만원이 넘는 비싼 롱패딩들은 사실상 이전부터 ‘등골브레이커’로 유명한 브랜드의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평창 롱패딩이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다. 길고 긴 구매 행렬에서 그 패딩이 꼭 필요해서 줄을 선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합리적인 소비가 아닌 충동구매를 부추긴다면 그것도 ‘등골브레이커’라 부를 수 있다.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의 몸에서 일단 벗겨진 옷은 보잘것없고 우스꽝스럽다. 다만 옷을 웃음거리가 되지 않게 하고 성스럽게까지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 옷을 입은 사람의 반짝이는 진지한 눈빛과 성실한 삶 때문인 것이다.” 갖고 싶지만 갖지 못해 애가 타는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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