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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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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23)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39

“여자와 함께 오니까 좋잖아요?”

  • 기사입력 : 2017-1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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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장사는 처음에 백제의 의자왕 시대에 세워졌고 현재의 내장사는 영은사의 자리에 새로 세워졌다. 영은사는 백제 무왕 때 세워졌다. 사실상 영은사가 더 오래전에 세워진 것이다. 여러 번 불에 타서 증개축이 이루어지면서 내장사로 바뀌었다. 단풍터널 때문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온다. 서경숙은 임준생과 함께 대웅전과 사찰을 둘러보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바람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차에 도착하자 빗줄기도 굵어졌다.

    “가을비가 대단하네요.”

    서경숙은 매표소 근처의 커피숍에서 커피를 사다가 임준생에게 주었다. 임준생은 차에 시동을 걸고 따뜻하게 하고 있었다.

    “내장산에 온 지 한 20년 된 것 같네.”

    임준생이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서경숙도 시트에 등을 기대고 커피를 마셨다. 가을비가 차의 보닛을 두드렸으나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여자와 함께 오니까 좋잖아요?”

    서경숙이 임준생의 입술에 키스했다.

    “좋지.”

    임준생은 내장산 일대의 산봉우리를 보고 있었다. 내장산 일대의 산 너머에서 비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옛날에 어떤 시인의 시를 읽은 일이 있어요. 우리 땅 어디인들 선인들 발자국이 없으랴. 어디인들 선인들이 밟고 가지 않았으랴… 우리가 서 있는 땅… 우리가 밟고 있는 땅… 옛날 사람들이 모두 밟고 갔다는 거죠. 그들이 어디 있겠어요? 앞산… 뒷산… 이 산 저 산에 매장되었겠지요. 그래서 흙이 되고… 나무가 되고… 풀이 되고….”

    “너무 철학적이잖아? 노래 같기도 하고….”

    임준생이 웃으면서 서경숙의 어깨를 안았다.

    “시집예요.”

    서경숙은 임준생에게 다시 키스했다. 비가 내리고 있어서 더욱 낭만적인 기분이 들었다.

    “점심이나 먹으러 갈까?”

    “네.”

    임준생이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서경숙은 임준생과 함께 정읍의 토속음식점 국화원에 갔다. 국화원에는 음식이며 반찬이 오랜 전통을 따르고 있었다. 토속음식이라 약간 짠맛이 났다. 식사를 하는데 임준생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은 저녁 늦게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오. 내일 아침에 보고를 하시오.”

    임준생은 간략하게 통화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서경숙은 천천히 식사를 했다. 그러나 몇 숟가락 뜨지도 않았을 때 다시 임준생에게 전화가 왔다.

    “어 그래. 소영이구나.”

    임준생의 얼굴이 밝아졌다.

    “내일 오후 2시부터? 그럼 가야지. 그래 할아버지가 꽃 사들고 갈게.”

    임준생은 통화를 하면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손녀딸이야. 내일 발레 콩쿠르가 있다는군.”

    임준생이 전화를 끝내자 말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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