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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 김성열(경남대 교육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7-11-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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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초에 경남도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일어난 학생인권조례 제정 노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약 10년 전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추진했지만 도의회 상임위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였다. 이번에는 교육감이 나서서 추진한다는 점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교육은 가치 있는 것을 ‘도덕적으로 온당한 방법’으로 전달하는 과정이라고 정의된다. 여기서 말하는 도덕적으로 온당한 방법이라는 것은 학생을 인간으로 존중하는 방법이다. 교사들이 학생을 인간으로 존중한다는 것은 교육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기술적 차원에서 그들의 관심과 흥미, 지적 수준만을 고려한다는 뜻을 넘어선다. 그것은 규범적 차원에서 독립된 인격체로서 학생의 권리를 존중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이는 학생들이 교육의 과정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그것이 잘못인 줄 깨달으면서 성장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전통적인 교육방식에서는 학생을 존중한다는 것의 의미를 주로 기술적 관점에서 파악했다. 학생들은 주로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대상으로서 고려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들의 인권은 교육의 과정에서 소홀히 다루어지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한 인간으로 온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간으로서 권리가 소홀히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에서 학생들의 인권에 대한 자각은 민주화 진전과 궤를 같이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학생들의 인권을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예는 2000년을 전후하여 이루어진 체벌금지 정책이다. 그 당시 체벌금지 정책의 추진과정에서 학생에 대한 교사의 체벌과 관련하여 학생과 학부모, 교원 그리고 시민들 사이에 찬반 논쟁이 격렬하게 일어났다. 교사들은 ‘자신들을 무장해제하였다’라는 자조적인 표현을 하기도 하였다. 이제는 학교 현장에서 체벌이 사실상 사라졌지만, 여전히 ‘교육적 체벌’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일부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있는 듯하다.

    일부에서는 기존의 법령체계로도 학생 인권을 보장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하면서 경남도교육청이 추진하는 학생인권조례가 교육현장의 혼란을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일부 왜곡된 인권의식을 가진 학부모나 학생들은 교육적으로 불가피하고 사회통념을 벗어나지 않는 경우에도 교사의 지도행위를 문제 삼아 학교현장에 갈등을 초래하기도 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교원에 의한 학생 인권 침해보다는 학생들 간 폭력으로 인한 학생인권 침해 사례가 더 심각하다는 주장도 있다.

    교육주체들 중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장하는 조례를 우선적으로 만들자고 주장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학생들이 교육의 과정에서 가장 약자의 위치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학생·교원·학부모 등 교육주체들과 시민들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집단적 지성을 발휘하여 예상할 수 있는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교육주체 간에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과 갈등이 과거처럼 일어나서 학생인권조례제정이 무산될 위기에 봉착한다면 무조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고집하기보다는 그 대안으로 ‘학생·학부모·교원 권리헌장’을 조례로 제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교육주체들 모두의 권리 존중과 보장이 중요하다는 것에 관하여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성열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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