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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그만큼 읽어줬으면 소도 알아듣겠는데- 김진현(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 기사입력 : 2017-11-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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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이란 국가 또는 지방 공공 단체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이다. 모든 직업인에게는 직업윤리라는 게 있다. 기자도 언론윤리강령이 있다. 언론의 역할이 다른 조직이나 집단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강조된다. 국민에 대한 봉사자인 공무원도 지켜야 할 규범적 기준이 있다. 공직윤리다. 일반인은 해도 공무원이나 공직자가 하면 안 되는 게 있다. 범법행위가 아니더라도 공직자나 공인은 도덕이나 규범을 어겨도 지탄의 대상이 된다. 악의건 선의건 세월호 유골을 은폐한 공직자들이 직위해제되고 장관을 경질하니 마니 시끄럽다. 공직자라서 엄한 것이다. 한화 야구 선수 김원석은 잘못된 SNS로 팀에서 방출되며 꿈과 부를 모두 잃었다. 공인이라서 그렇다.

    누구나 길에 침 뱉을 수 있다. 담배꽁초 버릴 수도 있다. 술 마시고 싸울 수도 있다. 버리다 싸우다 문제가 되면 벌금을 내거나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그 사람이 공직자라면, 공인이라면 세상 표정은 달라진다. 공(公)이 붙는 직업이나 사람은 주위를 무서워해야 한다. 길거리에서 주민들을 보면 잘 대해야 하고 조금 불편해도 똑바로 주차를 해야 한다.

    고성군에서는 행정사무감사가 한창이다. 기자가 쓰기 적절치 않은 컴퓨터 신조어지만 ‘웃픈’(우습고 슬픈) 지적이 올해도 나왔다. 의원들이 수년째 같은 지적을 하지만 우이독경(牛耳讀經)이라 웃프다는 게다. 고성군의 인구감소는 심각하다. 그렇다 보니 내년 선거구 획정을 앞두고 고성군 도의원 1석이 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의원 한 명이 줄면 예산 확보 등 고성군의 타격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고성군은 수년째 인구 늘리기에 혈안이다. 공무원들은 아이디어 내기에 바쁘다. 그런데 말이다. 고성군 전체 공무원과 휴가자, 기간제 등을 포함해 1010여명의 공직자 중 타 시군에 주소를 둔 인원이 18.9%란다. 한 의원은 주소만 고성에 두고 타 시군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을 포함하면 35% 선이라고 주장한다.

    기자는 고성군에 발령을 받으며 가장 먼저 한 것이 주소를 옮긴 것이다. 통영으로 갔다가 다시 오는 곡절이 있었지만 올 초 가족 모두의 주소를 고성으로 옮기고 고성에 거주한다. 원래 집인 김해시에 재산세를 꼬박 내면서도 고성군에 거주한다. 이곳 사람이 돼야 해서다. 고성사람들과 저녁을 먹고 시장을 보고 이곳에서 돈을 쓰며 이곳의 정서를 읽고 고성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다. 그 덤으로 30만원의 입주 지원금도 받았다.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거주의 자유가 있다. 공무원도 그 자유를 누리는 데 예외는 아니다. 또 침해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공무원이라서 질책을 받을 수는 있다. 귀농 귀촌 홍보에 쓰레기봉투 주기, 출산장려금 주기 등 갖가지 인구 늘리기 정책을 만들면서 정작 자신들은 고성에 안 살고 있으니 말이다. 자녀의 교육이나 문화생활에 문제가 있어 고성에 살지 않는다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는 자녀교육과 문화에 문제가 있는 고성에서 살라는 인구 정책을 입안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이라도 주자는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게 고성군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도내 대부분의 군 단위 지자체는 비슷할 게다. 공무원 공직자 공인은 일반인보다 몸 마음 정신을 바로 해야 한다. 남명 조식 선생의 선비정신이 바닥에 깔려 있는 경남에서는 특히나.

    김진현 (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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