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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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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인] 도매시장서 레지던시 운영 안성진 마산청과시장 대표

“창의적인 기업인·예술인, 도시를 활기차게 만들어”
전국 최초 청과시장서 레지던시 운영
첫 시도 땐 무산… 일부 반대에도 재추진

  • 기사입력 : 2017-1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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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마산청과시장이 깜짝 변신으로 주목받았다. 건물 내 갤러리와 작가 작업실을 갖추면서다. 청과시장 2층에서 5월 19일부터 약 한 달간 서울서 활동하는 서용선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다. 서 작가가 창원에 머물며 마산을 소재로 그린 작품 30여점이 전시됐다.

    마산청과시장의 이 같은 변신은 안성진(50) 대표의 아이디어다. 안 대표는 지난해 서용선 작가를 시작으로 레지던시(입주예술활동)와 갤러리로 대표되는 ‘마산청과시장 Art Project’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최인호 작가가 입주·전시를 거쳤고 내년에는 일본 사진작가 나이토 유키, 현대미술가 오마키 신지 작가가 레지던시에 참여할 예정이다. 안 대표를 만나 ‘마산청과시장 Art Project’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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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진 마산청과시장 대표가 마산청과시장 갤러리에 전시된 서용선 작가의 ‘마산항3’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청과시장에서 레지던시를 운영하고 전시공간을 갖춘 건 전국 최초 사례입니다. 어떻게 이런 공간을 마련하게 됐습니까.

    ▲처음에는 전시공간만 생각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한 갤러리 대표와의 인연으로 서용선 작가와 교류하게 되면서 이곳에서의 전시를 제안했습니다. 그랬더니 서 작가가 먼저 전시뿐만 아니라 레지던시를 하는 게 어떠냐고 권했습니다. 도매시장이라는 공간이 상당히 독특하고 매력있다면서 레지던시를 하면 서울에서 직접 내려오겠다고 얘기하셨어요. 그래서 건물 2층 일부를 리모델링해서 작가 작업실을 먼저 만들었습니다. 숙소는 마산 어시장 인근에 마련했고요. 서 작가가 2015년 말부터 약 5개월간 숙소와 작업실을 오가며 작업했습니다. 레지던시 종료 후 작품 전시를 위해 작업실과 연결된 공간에 갤러리를 만들면서 지금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본업이 경영인이신데 시각예술, 미술 쪽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가 있습니까.

    ▲처음에는 음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저는 일본 출생이라 일본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졸업했는데 다녔던 중학교가 음악을 포함해 예술교육이 활발한 곳이었습니다. 매일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감수성에 자극을 받았습니다. 특히 류이치 사카모토를 좋아해 즐겨들었습니다. 1984년에 제작된 류이치 사카모토의 뮤직비디오가 있는데 어느날 우연히 그것을 본 후 충격을 받았습니다. 너무 멋있어서요. 나중에 그 영상이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작가가 만들었다는 것과 류이치 사카모토가 그를 ‘Hero’라고 칭하며 존경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백남준 작가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시각예술에 관심을 갖게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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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과시장 경영과 일본에서 사진 공부를 병행하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예술분야에 대한 욕구가 상당히 컸던 것 같습니다.

    ▲원래는 대학에서 경영을 전공하고 졸업 후 예술분야와 관련된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었는데 사정상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대학 때는 공부하느라 경험을 많이 못 쌓았는데 대학원 진학도 못해서 예술분야에 대한 갈증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그런데 졸업 후 1992년 마산으로 내려오니 문화적인 인프라가 전혀 없는 상태라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4년 서울 코엑스에 세미나를 들으러 갔다가 우연히 같은 공간에서 열리는 KIAF(한국국제아트페어)를 보게 됐습니다. 전시장에 가득한 미술작품을 보니 감동이 밀려오면서 내가 이런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느꼈고 갤러리를 운영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미술사 책을 보며 공부도 하고 전국 유명 갤러리나 미술관을 찾아다녔습니다. 창작과정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서 사진 공부도 시작했고 약 5년 정도 배웠습니다. 수년간 한 달에 2~3번씩 일본을 오가며 공부했는데 쉽지는 않았지만 즐거웠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반대는 없었습니까.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몇 년 전에 전시를 추진했다가 직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중도매인이나 생산자들이 반발할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미술이 사치스러운 이미지로 여겨져서 서민적인 장소인 청과시장과 맞지 않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도내 기업인들이 미술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고 갤러리나 미술관 운영하는 사례도 늘어나면서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심스럽게 다시 추진했는데 반대가 있기는 했지만 지난번처럼 완강한 기류는 아니었습니다. 막상 전시를 하니 생산자들도, 직원들도 좋은 반응이 많았습니다. 사실 지금도 내부적으로 조금 냉소적인 시각들은 있습니다. 그런 점들이 마음에 좀 걸리고, 욕심으로는 지역에 좋은 현대미술작품을 많이 소개하고 싶은데 지역민과 너무 동떨어지면 안 되니까 그 접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마산청과시장 내 레지던시와 갤러리를 운영하는 가장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추구하는 바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지역에 문화적 토양을 넓히는 것과 마산청과시장의 활성화입니다. 1992년 제가 처음 마산에 왔을 때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다양한 현대미술을 접할 기회는 부족한 편입니다. 입주작가는 외부에서 초청하고 있는데 교류가 있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타 지역 작가들이 와서 마산이라는 지역을 직접 보고 느끼고 시장 상인이나 다른 지역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은 작가에게도 지역민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작가의 다른 전시에 레지던시에서 창작된 작품이 걸리면 지역을 알리는 계기도 되고요. 경험해보니 지역이 아직 외부인,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경험이 이질적인 것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또 도매시장은 도시의 흥망성쇠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아트프로젝트로 도시가 좀 더 활기를 띠고 그래서 청과시장에도 사람들이 좀 더 많이 찾아주었으면 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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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인으로서 기업의 예술분야 지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기업에 창의성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시대입니다. 예술과의 접점은 창의성 발현에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외국 선진기업에서는 임원이나 유능한 사원을 교육시킬 때 경영대학원에 보내는 대신에 예술대학원, 미술대학원에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중요한 회의를 할 때, 아이디어를 창출해야 할 때 아티스트를 초청하기도 하고요. 예술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은 기업에 지금 가장 필요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경영인들이 열린 시각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의적인 기업인이나 예술인들이 도시를 활기차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기업을 위해서나, 좀 더 넓은 차원의 이익을 위해서나 관심이나 지원이 활발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안성진 대표는?

    일본 효고현 아마가사키시 출생으로 서울 사대부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아버지의 가업을 잇기 위해 대학 졸업 후 1992년부터 마산청과시장에서 근무하기 시작했으며 2003년 마산청과시장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2008년 일본 교토조형예술대학에 입학해 3년간 사진을 공부했고 2011년 일본 사진예술대학(다카라즈카시 소재)에서 2년 과정을 수료했다. 2013년 일본 오사카에서, 2014년 미국 뉴욕에서 사진 개인전을 열며 사진작가로도 활동했다. 현재 창원정상로타리클럽 회장, 창원문화재단 문화예술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김세정 기자 sj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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