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19일 (화)
전체메뉴

[기고] 16세 순장소녀, 송현이를 아시나요- 구인모(경남도 문화관광체육국장)

  • 기사입력 : 2017-12-01 07:00:00
  •   
  • 메인이미지


    10년 전 추운 겨울, 경남 송현동 15호분으로 이름 붙여진 파괴된 무덤 안에서 다음 세상에서도 주인을 섬기기 위해 목숨을 바친 16살 소녀가 발견돼 TV 언론 등에서 일제히 보도되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소녀가 살던 때는 무려 1500년 전 비화가야(빛나는 성읍 가야) 시대로, 지금의 창녕군 창녕읍 송현리 산 19에서 순장된 채 발견됐기에 ‘송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발굴 당시 송현이는 키 152㎝에 왼쪽 귀에 귀걸이를 했고, 사랑니 치아가 다 발달되지 못하고 성장판이 열려 있어 16세 소녀로 추정됐으며, 종아리뼈와 정강뼈가 많이 닳아 있는 점으로 미뤄 반복적으로 무릎을 꿇고 일하는 시종으로 추정됐다.

    송현이가 살았던 지금의 창녕군 일대는 신라가 낙동강 서쪽으로 진출하기 위해 노리던 전략적 요충지로 함께 발굴된 유물을 보면 권력의 상징이던 허리띠와 장신구 등이 신라왕의 하사품이고 토기 등 생활도구도 신라 경주와 같은 모양인 점으로 미뤄 나날이 번성하던 가야제국이 신라세력으로 재편되던 시기였다.

    비화가야, 번성했던 국가는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송현이는 섬세한 디지털 복원 단계를 거쳐 인체 모양으로 제작되면서 순장 당시의 모습을 되찾아 어둠의 빗장을 열고 다시 우리 곁으로 걸어 나왔다.

    송현이의 등장과 함께 경남도는 가야사 연구복원사업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는데, 반갑게도 지난 6월 1일 문재인 대통령께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가야사 연구복원사업이 ‘영호남의 벽을 허물 좋은 사업’으로 직접 언급하고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도 선정되면서 정부와 지자체, 학계는 물론 언론의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이에 경남도는 발 빠르게 신규과제를 발굴하고, 경남도가 연구복원사업을 선도하기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문화재청 등을 수시 방문했으며, ‘경남도 가야사 종합계획’(로드맵) 초안을 마련해 수차례 내·외부 자문과 검토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 가는 한편, 정부 차원의 행·재정적 지원근거가 될 ‘가야문화권 특별법’의 연내 제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 가야는 자기 주도의 역사서를 남기지 못해 알려진 것이 많지 않은 ‘미지의 제국’으로 기억되고 말았다. 그러나 가야의 주 무대가 경남이고, 가야유적의 80% 이상이 경남에 밀집된 만큼 삼국사 위주의 고대사 연구에서 소외되고 잊혔던 신비의 제국, 가야를 재조명해 경남의 뿌리와 정체성을 되찾는 것은 송현이와 함께 경남도민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 숙제를 제대로 마치면, 가야는 찬란했던 철기문화, 역동적인 해상무역, 역사상 최초로 다문화 가정을 탄생시킨 김수로왕과 인도 허왕후와의 국제결혼 등 가야만의 특별하고 독창적인 콘텐츠를 통해 제국의 후손인 경남도민에게 미래성장 동력을 선물할 것이라 확신한다.

    구인모 (경남도 문화관광체육국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