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19일 (화)
전체메뉴

[기고] 자연과 예술의 어울림- 조광일(수필가·전 마산합포구청장)

  • 기사입력 : 2017-12-04 07:00:00
  •   
  • 메인이미지


    제주도에서 사흘간 머물다 왔다. 이번 나들이는 단순히 관광지를 둘러보는 패키지여행이 아니었다. 보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문화 예술적인 상식을 쌓아가는 격조 있는 여행을 즐겼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와 뮤지엄의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특별한 매력을 오감으로 체험하였으니 감동까지 더한 알차고 값진 여행이 아닐 수 없었다.

    시종 흥미진진했고 감동과 감탄의 연속이었다. 아르누보 유리공예 작품과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 그리고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은 그야말로 탄성을 자아냈다. 인간이 예술적 감각을 통해 창조해 낼 수 있는 최대치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싶었다.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고, 작가의 뛰어난 발상과 상상력으로 빚어낸 색다른 매력을 마주할 땐 마치 환상 속에서 꿈을 꾸고 있는 듯했다. 자연관조사상을 현대적으로 추상화한다는 평을 받는 안도 다다오가 최우선으로 삼은 것은 자연과의 조화였다. 건물의 터를 평평하게 닦아야 한다는 기존의 건축 상식을 깨뜨렸다. 건축물이 들어설 위치의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건축에 반영한 것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건축물 속에 하늘과 바람, 빛이 자연스럽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한 공간 구현을 보곤 아! 하는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그의 건축물은 기본적인 도형을 조금씩 변형해나가면서 공간을 설계했다고 한다. ‘빈 박스의 옆에 구멍을 살짝 뚫었더니 바람이 들어오더라. 윗면을 살짝 열었더니 자연의 빛이 들어오더라.’ 이런 식으로 시시때때로 변하는 자연현상에 따라 공간이 변화하는 것을 생활 속에서 느끼고 작은 기쁨을 얻을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건물 밖 돌담에도 한가운데를 가로로 길게 뚫어 놓았다. 자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창이다. 창 너머로 비치는 성산일출봉과 바다 풍광이 마치 미술관에 걸린 그림 액자를 보는 듯했다.

    낡고 허름한 옛 제분공장에 ‘엔트러사이트’라는 이름을 붙인 카페도 반전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외양은 창고 같고 내부는 녹이 잔뜩 슨 발동기가 방치되어 있는가 하면 바닥엔 잡풀이 무성해 ‘카페 맞아? 마구간 아냐? 이런 곳이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라니…’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아리송했으나 세월의 흔적에서 묘한 매력과 향수가 느껴지면서 카페는 예쁘고 화려해야 한다는 나의 편견이 사라졌다.

    제주 청정 자연을 마음껏 즐긴 ‘사려니 숲길’은 마음 깊은 곳까지 편안하고 무성한 숲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여기저기 떨어진 낙엽과 파리하게 퇴색한 나뭇잎이 늦가을의 정취를 더해 주었다.

    이번 여행이 갖는 의미는 ‘자연과 예술의 어울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자연과 환경,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과 인식전환을 통해 지역발전의 모멘텀을 만든다면 관광산업 발전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도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혜의 관광자원을 품은 우리 경남에도 세계적 관광 허브로 개발할 만한 곳은 얼마든지 있다. 제주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지역 특성을 살린 문화 관광상품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속을 태웠다면 내가 너무 앞서 나간 것일까….

    조광일 (수필가·전 마산합포구청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