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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 명세순유(名世醇儒) - 세상에 이름난 순박한 선비

  • 기사입력 : 2017-12-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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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북정권(大北政權)에 의해서 추대돼 대북 일당 정권 속에 휘말려 있던 광해군(光海君)이 1623년 서인(西人) 쿠데타 군에 의해서 축출되고, 광해군의 배다른 아우의 아들 능양군(綾陽君)이 제16대 임금으로 추대됐으니, 역사에서 말하는 인조(仁祖) 임금이다.

    광해군은 왕위에서 축출돼 인목대비(仁穆大妃) 앞에 포박돼 꿇어앉혀져 신문을 당하는 신세가 됐다. ‘모후(母后 : 인목대비 자신)를 유폐한 죄’ 등 36가지 죄목을 뒤집어썼다. 강화도를 거쳐 제주도에서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다가 1641년 67세의 나이로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새로 즉위한 임금 인조는 온갖 죄목을 뒤집어쓰고 쫓겨난 광해군보다 정치를 훨씬 못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가장 큰 차이가 나는 점은 외교였는데, 당시 국제 정세를 전혀 모른 채 망해 가는 명(明)나라를 숭상하고, 새로 일어나는 청(淸)나라를 배척하다가 청나라의 비위를 그슬려 1627년 정묘호란(丁卯胡亂), 1636년 병자호란(丙子胡亂)을 당해 조선의 백성들은 청나라 군대에게 온갖 능욕을 당하다가 죽어 갔다. 더 비참한 것은 약 60만명의 우리 백성들이 청나라에 끌려가 우리가 오랑캐라고 낮추어 보던 청나라 사람들의 노예로 팔려가 평생 강제노역에 종사했다는 점이다. 지금 심양(瀋陽)에 가면 조선인 노예 매매시장 터가 남아 있다.

    인조를 등에 업고 새로 정권을 쥔 서인들은 도덕적으로도 나을 것이 없었다. 어떤 공신이 인조에게 “옛날 연산군(燕山君)을 몰아냈을 때, 그 후궁들을 공신들에게 상으로 내려 준 사례가 있습니다. 이번에도 광해군의 후궁들을 공신들에게 상으로 내려주시옵소서”라고 요청하였다.

    그때 추탄(楸灘) 오윤겸(吳允謙)이라는 바른 선비가 강직한 말로 아뢰었다. “지금의 공신들은 모두 광해군을 임금으로 섬기던 사람들입니다. 지금 주상전하(主上殿下)께서 먼저 ‘공신들에게 광해군의 후궁을 내려주겠다’라고 한다 해도, 목숨을 걸고 사양을 해야 할 것입니다. 어찌 아랫사람 스스로 임금으로 섬기던 분의 후궁을 내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단 말입니까? 윤리를 무너뜨리는 일로 이보다 심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인조가 듣고 “경(卿)의 말이 옳소. 경의 말을 감히 경건하게 듣지 않을 수 있겠소?”라고 하고 공신들의 요청을 물리쳤다.

    박근혜 대통령 때 잘못한 일이 적지 않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 대통령이 되었다 하여 임기가 보장돼 있는 정부출연기관이나 공기업체의 최고책임자에게 갖가지 압력을 가해 물러나게 하고, 전문가도 아닌 자기 선거공신이나 측근을 그 자리에 앉히고 있다. 인조반정 이후 정권을 잡은 공신들의 행태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

    대통령에게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한마디 간언(諫言)을 하는 오윤겸 같은 공정한 분이 있다는 말이 들리지 않는지?

    *名 : 이름 명. *世 : 인간 세.

    *醇 : 순박할 순. *儒 : 선비 유.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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