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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월동대책- 이종훈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7-12-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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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는 예나 지금이나 아주 중요하다. 굶거나 얼어죽지 않고 겨울을 넘겨야 하는 원초적인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조정에서도 백성들이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여러모로 고심했는데, 12월 섣달에는 소 잡는 일을 금하는 ‘우금 정책’을 완화해 겨울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궁핍한 사람에게는 겨울은 고통스러운 시기였으며, 특히 그해 흉년이 들었을 땐 추위에 굶주림까지 겹쳐 더욱 잔혹한 계절이 된다.

    ▼지금은 난방시설이나 먹거리가 풍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겨울을 나는 데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1960~1970년대만 해도 월동대책의 핵심은 취사와 난방에 필요한 연탄 확보 방안이었다. 수요보다 공급이 달려 모든 가정에서 연탄을 어떻게 구해야 할지 걱정했다. 정부의 연탄수급 계획이 빗나갈 땐 연탄가게 앞에서 줄지어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되는 등 이른바 ‘연탄 파동’을 겪기도 했다.

    ▼아침 기온이 한 번씩 영하로 내려가는 걸 보면 동장군이 본격적으로 들이닥칠 시기가 다가온 것 같다. 정부나 각 자치단체에서는 월동대책 등 동절기 종합대책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경남도에서도 도민 모두가 따뜻하고 안전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내년도 2월말까지 도민생활 보호 및 안정, 화재 및 산불 예방 등 동절기 종합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재해·재난에 대비한 안전대책과 취약계층을 위한 월동대책에 중점을 두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겨울철 저체온증 사망 관련 요인들을 종합해 한파위험지수를 발표했다. 도내에서는 산청, 의령, 합천 등 3곳이 가장 높은 5등급으로 분류됐다. 겨울을 가장 두려워하는 계층은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라고 한다. 옛 향약을 보면 ‘치계미’(雉鷄米)라는 미풍양속이 있다. 입동·동지·제석 날에 어른들을 모시고 음식을 대접하는 것을 말하는데 논밭 한 뙈기 없는 집에서도 출연했다고 한다. 서로 나누고 보태는 ‘치계미 정신’으로 취약계층을 살피는 게 현실적인 ‘월동대책’인 것 같다.

    이종훈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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