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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모로코 쉐프샤우엔

  • 기사입력 : 2017-12-0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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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탕헤르에 도착해 쉐프샤우엔으로 가는 버스를 예매하러 갔다. 우리가 내린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 걸어갔다. 10~20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사실 배낭을 메고 가기에는 조금 힘들었다.

    탕헤르도 조금 구경하고 싶어 버스표를 사고 짐을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탕헤르는 발전되고 있는 도시의 느낌이 강했다. 항구도시이다 보니 사람이 많은 것 같았고 큰 호텔들도 많이 지어지고 있었다. 발전되지 않은 옛 모습들과 발전되고 있는 모습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1990년대를 본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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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 속 마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쉐프샤우엔. 온통 파란색으로 칠한 골목의 색감이 정말 아름답다.



    바닷가에 도착해 구경을 하며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바람이 정말 많이 불었다. 그리고 곳곳이 공사 중이라서 모래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조금만 구경하다가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아침도 굶었던 터라 다들 배가 너무 고팠는데, 맛집을 찾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길가 음식점에 그냥 들어갔다. 사람들이 먹고 있는, 맛있어 보이는 것들과 함께 과일 주스를 주문해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사실 나는 향신료 강한 음식을 잘 못 먹고 생각보다 편식을 많이 해서 걱정했는데 맛도 있고 양도 많아서 결국 음식을 남겼다.

    여담인데 파인애플이라고 하면 잘 알아들을 줄 알았는데 발음이 아랍어로는 바나나랑 되게 비슷한 것 같다. 파인애플이라 말하니까 자꾸 바나나라고 해서 일행끼리 신기해하면서 친구들에게 말해줬더니 다들 장난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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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감이 이쁜 가게.



    여유롭게 밥을 먹고 돌아가니 버스가 출발할 시간이 되어서 짐을 찾고 버스를 탔다. 로컬버스는 좀 허름하고 의자도 잘 빠지고 에어컨도 잘 나오지 않아서 힘들었지만, 우리는 땀을 흘리며 꿋꿋하게 자면서 갔다.

    아프리카 여행을 할 때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그냥 주어진 것에 만족하니 오히려 더 즐겁고 행복했다. 내가 한국에서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힘들고 행복하지 않았던 이유는 자꾸 남들과 비교하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것, 더 좋아 보이는 것을 억지로 좇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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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프샤우엔에 도착해 우리는 다음날 출발하는 버스표를 미리 사려고 했지만 버스표가 없다고 해서 내일 다시 와보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숙소까지 가기로 했다. 택시기사가 근처 큰길에서 내려주시고 그 이후로는 가는 법을 알려줬다. 숙소 가는 길은 좁은 골목길이었는데 드디어 쉐프샤우엔에 왔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골목이 파랑파랑하고 색감도 너무 아름다웠다.

    사실 생각보다 진한 파란색의 느낌은 아니었는데 조금씩 다른 파란색의 느낌이 더 예쁘고 동화마을 속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해줬다. 그리고 우리를 보더니 어디로 가냐고 어느 숙소로 가냐고 자꾸 물어보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는 모로코에서 삐끼에게 질렸던 터라 숙소를 미리 정했다고 했지만 계속 자기를 따라오라며 우리 뒤를 졸졸 따라왔다.

    하지만 알고 보니 정말 순수한 호의로 길을 알려주었던 것이었고, 이곳 사람들이 정말 순수하고 착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로코 여행후기들을 보면 물건이나 기념품이 다른 곳에 비해 쉐프샤우엔이 싸니 살 것이 있으면 쉐프샤우엔에서 사라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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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색 골목에서 남긴 인생샷.



    다른 관광지에 비해서 좀 더 친절한 사람들도 많았던 것 같다. 영어를 하지 못하는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손으로 아랍어로 숫자 말하는 법을 알려주셨고, 골목골목의 사람들은 우리에게 인사를 해줬다. 중국어-일본어-한국어 순으로 인사를 해줬는데, 한국인이 많이 찾는 것 같아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내려 놓고 수프라 버스가 있다는 정보를 찾아 예매하러 갔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고 있으니 현지인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영어를 못해서 보디랭귀지로 말을 했는데 기다려보라고 하는 것 같았다. 두 시간 가까이 기다렸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고 우리는 너무 배고파서 숙소로 다시 돌아갔다.

    스페인에서 사왔던 소주와 언니가 다른 여행객에게 받았던 라면을 풀었다. 짜파구리와 라면, 김치와 소주와 콜라가 함께하는 저녁은 환상적이었다. 물론 쉐프샤우엔의 아름다운 야경도 아름다운 메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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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리타월.



    느지막이 일어나 쉐프샤우엔을 만끽하기로 했다. 다들 여기서 인생샷을 건져간다는데 우리도 모로코에서 처음으로 인생샷을 건져보자며, 모로코로 넘어와 제대로 화장 한 번 한 적 없던 우리들은 씻고 꽃단장을 했다. 배낭 저 밑에 깔려있던 원피스도 꺼내 입었다. 카메라를 꺼내 마을구경 겸 인생샷 수집에 나섰다.

    골목골목 파란색들은 카메라를 들이밀기만 해도 너무 예뻤고, 메디나와는 다르게 길을 잃어도 마음이 편하고 예쁜 모습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외국여행 중 처음으로 이태리타월도 보았다. 모로코에도 우리나라처럼 목욕탕이 있다고 한다. 하맘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와 다르게 탕은 없고 통에 물을 담아서 목욕을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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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프샤우엔의 음식과 과일주스.



    우리는 사막투어를 하기 위해 메르주가로 가야 했기 때문에 페즈로 가기로 했다.

    결국 우리는 버스표를 구하지 못해서 무작정 버스 스테이션으로 갔다. 버스회사 직원들은 남은 표는 없지만 자리가 남으면 태워준다고 했다. 버스가 출발했지만 남는 자리는 없었다. 우리는 오늘 꼭 가야 한다고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그랬더니 택시아저씨랑 얘기를 하더니 1인당 200디르함을 내면 페즈까지 태워준다고 했다. 고민하다가 괜찮은 제안인 것 같아 다른 외국인 두 명과 함께 택시를 탔다. 5시간이 걸려 페즈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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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현
    △ 1995년 김해 출생
    △ 동원과기대 유아교육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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