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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하동군 전 군수와 표류하는 갈사산단- 김재익(남해하동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12-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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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동군은 지리산, 섬진강, 남해 바다를 끼고 있는 산수풍광이 빼어난 고장이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2015년 서울에서 열린 중국방문의 해 개막식에 보낸 축하 메시지에서 신라시대 문장가 고운 최치원 선생의 시 ‘호중별천(壺中別天)’을 인용하면서 하동의 아름다움을 극찬한 바 있다. 자연경관에다 아시아 최장 집와이어 개장 등 관광 인프라가 속속 갖춰지면서 관광객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에만도 600만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이 하동을 다녀갔다.

    특산품인 녹차를 비롯 재첩, 코스모스, 참숭어를 소재로 한 축제가 연중 끊이질 않는다. 하동군의 이러한 축제 개최는 지난 9월 세계축제도시로 선정되는 결실을 맺었다. 지난주에는 1200년 전통의 하동 차(茶)농업이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하동군의 올해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5000억원을 돌파했다. 하동군의 행정과 관광 등의 발전은 가히 역동적이라 평가할 만하다.

    순항하고 있던 하동호(號)가 암초에 부딪쳤다. 하동군은 갈사산업단지와 관련해 대우조선해양(주)이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달 29일 패소했다. 1심 판결이긴 하지만 소송 내용이 지난 2012년 당시 하동군 담당 공무원의 허위 공문서가 원인인 만큼 항소하더라도 승산은 제로에 가깝다. 대우조선해양 측에 지급해야 할 금액은 판결일까지 869억원에다 하동군의 계획대로 내년 말까지 갚는다고 가정하면 연 15%의 이자를 가산해 1000억원에 이른다. 하동군의 내년 본예산 4900억여원의 20%에 해당된다. 여기다 한신공영(주) 등 진행 중인 소송과 어업피해보상 등 해결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갈사산단은 하동군민들에게 가슴 부푼 희망을 안겼었다. 전임 군수는 갈사에 대기업을 유치하면 인구가 급증해 하동은 20만명의 도시가 된다며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국무총리를 모셔와 거창한 기공식도 했다. 전임 군수는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며 선거 때마다 이용해 3선 고지에 올랐다.

    이번 대우조선해양과의 소송 패소는 어찌 보면 전적으로 전임 군수의 책임이다. 소송의 쟁점인 하동군이 갈사산단의 분양자 지위를 이전받는 중요한 행정행위에 있어서 전임 군수의 잘못이라는 점은 이번 판결문이나 올해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동일한 데서 알 수 있다.

    하동군이 전임 군수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재산 상태를 파악해 보니 몇 년 사이에 크게 줄었다. 마지막 공직자 재산신고 때 20억여원이던 재산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하동군을 휘청이게 하는 손실의 원인 제공을 했지만 갈사산단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 표명도 없다. 그래서 하동군민들은 전임 군수의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임 군수의 업무 소홀과 담당 공무원의 전횡으로 인해 하동군민들이 받아야 하는 피해가 작지 않다. 당장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하동군 공무원들, 특히 젊은 공무원들은 이해하기 어렵게 수당을 감액당하지만 그만큼 하동군의 사정이 다급하다. 하동군은 충격이 크지만 낙담만 할 수도 없다. 윤상기 현 군수는 지난 4일 군민설명회에서 가감없이 사태를 보고하고 자신이 모든 것을 안고 헤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상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고 최대 근심거리인 갈사산단은 반드시 정상화시켜야 한다.

    김재익 (남해하동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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