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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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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봉감 - 최영욱

  • 기사입력 : 2017-12-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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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여름의 무더위가 키웠을까

    지리산 푸른 바람이 달았을까

    저리도 달고 붉게 매달려

    지리산 푸른 달빛이

    개치나루로 하동포구로 흘러드는

    길을 밝히는

    가로등이었다가

    악양골 인심 좋은 농부들 웃음이었다가

    허공을 두리번거리는

    까치들 밥이었다가

    이 가을을 내 손 안에 통째로 얹히고 마는



    아직 달이 뜨지 않은 악양골 어느 누마루에서

    보았네 온 골을 밝히는 저 따뜻한 호롱불들.

    ☞ 섬진강과 지리산이 품은 하동 악양면 평사리를 지키고 있는 시인의 작품에서 대봉감을 만납니다. 요즘에야 쉽게 단감을 먹을 수 있어 떫은 대봉감에 선뜻 손이 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대봉감이 저절로 익기를 기다려 먹는 그 단맛이란!

    대봉감의 최초 재배지로 전해지고 있는 악양면의 대봉감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우수한 맛과 크기로, ‘과실의 왕은 감이요, 감의 왕은 대봉’이라 하여 옛날부터 임금님의 진상품으로 올렸다고 합니다. 이런 대봉감을 시인은 지리산의 푸른 달빛이 개치나루와 하동포구로 흘러들도록 길을 밝히는 가로등이라고 합니다. 세상 그 어디에 이리 멋진 가로등이 있을까 싶어집니다. 물론 대봉감은 몇 장의 지폐로 농부들의 얼굴에 웃음을 안겨 주기도 하고 까치밥이 되기도 합니다만, 오늘은 시인의 손 안에 통째로 얹혀 우리들의 가슴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 악양골을 비추는 따뜻한 호롱불이 되어 평사리의 한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추임새가 되고 있습니다. 그 장단에 더욱 단맛이 넘칠 대봉감을 먹고 싶습니다. 그때는 누마루가 있는 곳이어야 잘 어울릴 듯합니다. 정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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