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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일도 휴식도 질적인 향상이 필요하다- 신정혜(남해마늘연구소 총괄연구실장)

  • 기사입력 : 2017-12-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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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처럼 날마다 찢어야 하는 달력이 보기 힘들어진 것은 오래전 일이고 쓸쓸히 1장 남은 달력이 한 해가 끝나감을 강조한다. 연말이면 올 한 해를 되짚어 보곤 하는데, 구인구직 전문 사이트인 사람인에서는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신조어 몇 가지를 정리했다.

    힘들게 취업에 성공해서 취준생을 벗어나면 직장을 다니면서 퇴사를 준비하는 ‘퇴준생’ 용어가 그 첫 번째이다. 경기 불황으로 현재 직장이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는 현실과 개인생활을 중시하고 과거의 조직중심의 문화에서 탈피하고 싶어하는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이 더해져 자신의 적성과 가치관에 맞는 곳을 찾아서, 또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과감히 퇴사 준비를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한다는 인식에서 나온 말이다. 두 번째는 ‘넵’ 병과 ‘일하기 실어증’이다. 직업병으로 불리는 ‘넵’ 병은 SNS나 메신저로 업무공유와 지시가 많아지면서 상사의 글에 ‘네’나 ‘예’ 대신에 의욕 충만해 보이는 ‘넵’이라는 답을 기계적으로 하는 것을 뜻한다. ‘일하기 실어증’은 일에 지쳐서 말이 안 나오고, 일도 하기 싫고, 혼자 있고 싶은 직장인의 심리를 묘사한 단어다. 출근에서 야근까지 하루 절반을 직장에서 보내는 직장인의 모습을 대변하는 신조어로는 ‘사무실 지박령’과 ‘야근각’이 있다. 지박령은 땅에 얽매어 있는 영혼이라는 뜻으로 퇴근을 하지 못하고 사무실에 묶여 있는 직장인을 의미한다. ‘~할 것으로 보인다’를 ‘~각’이라는 단어로 줄여서 표현하는 유행어에서 파생된 말이 야근각이다. 직장에 매이고 야근으로 쉴 틈이 없는 고달픈 직장인은 휴식을 포기하는 ‘쉼포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직장에는 컨디션에 따라 지시사항을 바꾸거나 화를 유발시키는 직장 상사로부터 화병을 얻는 ‘상사병’도 있지만 업무 지시를 하면 계속 질문을 해대서 주위 사람을 피곤하고 지치게 하는 신입사원인 ‘물음표 살인마’와 반대로 모르면서도 질문은 전혀 안 하고 혼자 끙끙대다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쩜쩜쩜 살인마’ 신입사원도 있다. 직장인의 애환이 어디 이뿐일까? 직장인들의 생활은 참으로 고달프다. 고용이 안정되지도 않았고, 일하는 시간은 길고, 그러면서도 상사와 부하의 틈바구니에서 눈치껏 살아야 한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의 취업자 연간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다. OECD 회원국 평균 근로 시간인 1766시간에 비해서는 약 19.7% 더 높은 수치이다. 경제활동 인구 중 실제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인 근로자는 503만명으로 26.2%에 불과한 반면 과로사 기준인 주 60시간을 넘는 근로자는 113만명(5.9%)에 달한다. 근로기준법에서 허용하는 근로 시간은 연장근로를 포함하여 최대 52시간이다. 하지만 1953년 근로 기준법 제정 이후 60년 넘게 1주일에 휴일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1주일은 5일로 계산되어 토요일과 일요일 8시간씩 근로가 가능했기 때문에 법정 노동시간은 68시간까지 확대됐다. 최근에는 이런 근로 현실을 개선하고자 대통령 선거공약이었던 법정 노동시간을 최장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경기 불황과 더불어 최저 임금의 상승, 법정 노동시간의 단축은 산업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업계마다 사정이 모두 다르니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클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많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에 모두의 마음이 모아져야 한다는 것이고, 그래야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직장인들이여! 고단한 몸과 마음이 여유를 찾을 수 있도록 업무도 휴식도 양보다는 질로 승부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고 스스로 행복한 직장인이 되어 같이 변화를 일으켜 보자.

    신정혜 (남해마늘연구소 총괄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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