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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성교육의 재고(再考)-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17-12-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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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 군자지국(君子之國)이라고 불릴 정도로 예절 바른 나라였다. 요즘은 이런 말이 무색할 정도로 윤리가 땅에 떨어졌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우리 사회의 도덕적 규범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 같다. 불안한 정체성과 사회적 변화가 급격히 변하는 전환기에는 혼란과 당혹감이 위기감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이젠 만성이 되었지만 사회의 불안한 모습과 자고 나면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사회의 변화와 흐름을 긍정적으로 보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오늘날의 우리나라는 어떤 시각으로 보든지 정상은 아닌 것 같다.

    갑과 을의 관계가 너무 많아 도대체 문제가 안 되는 곳이 없다.

    청소년과 기성인들과의 가치관에도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청소년에 대한 기성세대의 진심어린 관심이 있어야 청소년들이 꿈과 희망을 갖게 될 것인데, 솔직하게 기성세대는 급속한 산업화·정보화로 청소년들이 바른 인성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과 관심을 주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가부장적 가족제도를 중심으로 확립되었던 종적인 규범도 무너지고, 횡적 규범이 적용되는 핵가족 시대가 되면서, 이러한 규범을 정립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도덕적 위기감을 맞고 있다.

    겉모습은 사람이지만 도저히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인간의 탈을 쓴 사람들도 있다. 부부가 초등학생 자녀의 시신을 훼손·유기한 사건이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 배고픔을 참지 못해 슈퍼마켓에서 라면 한 개를 훔치다가 사흘이나 창고에 감금되어 싸늘한 시신이 된 사건, 친부와 딸, 초등학생 제자와 스승과의 성관계 등 인간으로서 상상하기도,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 자고 나면 우후죽순처럼 일어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인성교육의 부재에서 온 결과이다.

    인성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기질도 있지만 후천적인 사회 문화 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교육이 필요한 것도 이러한 연유에 있고, 평생교육이나 지속적인 인성교육도 이러한 연유에서 필요하다. 신분의 높고 낮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삶을 영위하는 동안 꼭 필요한 것이 인성 교육이다. 우리 주위에 만연하고 있는 이기적인 사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세상사를 해결하려는 결과주의자 등 이런 사람들 때문에 사회는 더 혼탁해지고 인성교육을 필요로 하고 있다.

    개개인의 내면을 바르게 가꾸고 더불어 살아가는 인성과 역량을 기르기 위해, 인성교육진흥법이 2년 전부터 제정·시행되자 교육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인성교육을 강조하게 되었다. 이때 학원가에서는 약 1주일 동안 30시간 정도 연수를 마치면 인성교육지도사 이수증을 주었다.

    인성교육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누구라도 가르칠 수 있는 과목(?)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이러한 인성교육지도사 이수증 종류가 270여 종이나 되었고, 교육 경력이 없어도 30시간 연수만 하면 일선학교의 인성교육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을 준 것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신성한 교단에 선다는 것은 국가에서 인정한 교원자격증 소지자면 금상첨화지만 여건이 안 되면 짧은 기간이라도 학생 심리 및 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연수한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허만복 (경남교육삼락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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