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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신공항 반대’ 현수막과 눈덩이 효과- 허충호(김해본부장· 국장)

  • 기사입력 : 2017-12-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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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에 ‘죽겠다’는 술어가 들어간 게 많다. ‘힘들어서’ 죽고, ‘괴로워서’ 죽고, ‘화가 나서’ 죽는다. 심지어 ‘좋아서’도 죽는다. 그리 보면 죽는다는 말이 모두 부정적인 건 아닌 것 같다. 같은 술어인데도 앞의 말이 무엇이냐에 따라 의미가 180도 달라지니 참 절묘하다.

    현재 김해시내에서는 유동성 있는 이런 ‘죽겠다’는 술어보다 더 강렬한 현수막을 볼 수 있다. ‘김해시민 다 죽이는 김해신공항 결사반대’라는 내용이다. 신공항반대대책위가 내걸었다. 시청 주변을 비롯해 많은 곳에 걸려 있다. 현수막에 적힌 ‘다 죽이는’은 보기에 따라 섬뜩하기까지 하다. 현수막 내용을 액면 그대로 보면 ‘신공항’은 한마디로 반감의 대상이다. 정부가 항공기 소음에 대한 특단의 대책 없이 사업을 강행할 것이라는 불신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김해시청년연합회와 특우회원들은 신공항건설 반대 선언을 하는 과정에서 김해공항을 ‘소음폭탄, 김해의 대재앙’으로 표현했다. ‘신공항 건설을 저지하지 못하면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김해를 지키지 못한 역사의 죄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비장감이 드는 문장까지 동원했다.

    얼마 전 김해에서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을 비롯한 공항 관계자들과 시장, 시의원, 시민대책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를 보면 시민들의 ‘분노 게이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된다. 이미 보도된 것처럼 당시 간담회는 파행으로 끝났다. 벌써 세 번째 비슷한 모습이다. 국토부는 상황설명을 하려고 하고, 대책위는 듣고자 하는 내용이 아니라며 거부하는 상황이다. 시민단체 등이 듣고자 하는 내용은 신공항 건설 시 항공기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 소음을 최소화 대책은 있는지, 이·착륙 시 장애물은 무엇인지 등이지만 국토부는 선뜻 자료를 내놓지 않는다.

    자료도 없는데 마주보고 대화할 이유가 없다는 시민대책위와 속 시원한 자료를 내놓지 않는 당국 간 다람쥐 쳇바퀴 도는 형국이 계속되니 바라보는 심경도 답답하다.

    이날 간담회에서 눈에 띄는 장면이 하나 있다. 허성곤 김해시장의 작심발언이다. “국토부는 파리공항엔지니어링(ADPi)의 신공항 용역결과를 신뢰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가 볼 때는 주변 여건과 맞지 않는 것 같다”는 대목이다. 허 시장은 “현재의 활주로 위치도 문제가 있는 상태서 용역에서 제시한 신설 활주로도 장애물과 소음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일단 기본계획 용역과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중단시킨 후 진정성 있는 대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비예산 등과 연계해 국토부와 협력적 스탠스를 유지해야 할 자치단체장으로서는 다소 ‘모험적인’ 발언일 수도 있다. 자치단체장이 그런 부담까지 감내해 가며 공개석상에서 이런 직설적 발언을 한 것은 그만큼 신공항에 대한 김해 여론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 아닐까 한다.

    세상 현상을 설명하는 여러 이론 중에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가 있다. 어떤 사건이나 현상이 작은 출발점에서부터 점점 커지는 과정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지금 김해신공항 건설문제가 딱 눈덩이 효과의 진행선상에 있다. 눈덩이 효과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방향이다. 자칫 낭떠러지로 향할 경우 되돌릴 수 없는 고약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부정적 눈덩이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뭔가 ‘분노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허충호 (김해본부장·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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