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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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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인] 서영옥 ㈜화인테크놀리지 대표

“사람에 대한 믿음·부지런함이 성공 이끌었죠”
화공분야 글로벌 CEO

  • 기사입력 : 2017-12-1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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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인테크놀리지 서영옥(62) 대표는 부경대 전신인 부산공업대를 졸업한 1400여명의 공학도 중 단 7명에 불과한 여성 공대생으로 특이하게 화공학을 전공했다. 각종 자격증 등을 취득한 후 지난 1981년 페인트 회사 연구실장으로 입사했다.

    이것이 서 대표가 지금의 화인테크놀리지 창업은 물론 이 회사 주 생산품인 산업용 테이프와 인연을 맺게 된 동기다. 후각이 마비될 정도의 점착제 연구로 테이프를 알게 되면서 서 대표는 1987년 창업을 하게 된다.

    퇴직금과 주변에서 빌린 자금 등으로 점착제 제조기 한 대를 구입해 공장을 차리면서 본격적인 사업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창업 10여년이 지나자 회사는 어느 정도 안정돼 박사과정을 미국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박사과정을 시작한 지 7개월도 못돼 IMF 외환위기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사업과 공부 등 전 궤도를 수정하게 됐다.

    사업도 우여곡절 끝에 1998년 회사명을 ㈜화인테크놀리지라는 이름으로 재창업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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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옥 ㈜화인테크놀리지 대표가 지난 12일 회사 대표상품인 산업용 특수테이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 같은데.

    ▲월급만 준다고 대표의 역할이 끝나는 게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함께 행복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 직원들은 가족이고 자식들입니다. 그래서 규모는 작지만 탄탄한 기업을 만들어 오래 오래 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CEO의 꿈을 꾸면서 회사를 설립했으나 자금과 인력난 등으로 위기와 고비를 많이 넘겼습니다. 오너의 기술력이 중소기업의 살길이라는 신념으로 공부도 게을리 할 수 없어 박사학위 취득은 물론 직원들과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저는 화인의 연구원이고 최전선에 선 영업사원입니다. ‘효는 백 가지 행실의 뿌리이며(孝爲百行之源) 부지런함은 일생의 보배다(勤是一生之寶)’라는 말을 인생의 큰 지침으로 삼고 있고 실천하며 늘 마음에 새깁니다.

    -여러 위기를 극복한 비결은.

    ▲사업가, 대학원생, 대학강사까지 1인 3역을 감당했기에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보다 더 힘든 것은 회사의 자금사정이었습니다. 이제는 산업용테이프로 1000만달러 수출탑도 수상하고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기업이 됐지만, 창업 당시 그 출발은 너무 미약했습니다. 실제로 기술에 대한 자신은 있었지만 상당한 부채를 안고 시작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시간을 쪼갤 수밖에 없었습니다. 창업할 때만 해도 100억원에 달하던 부채를 어떻게 다 갚았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돌아보면 원칙만큼은 철저히 지켰기 때문일 겁니다. 대출과 상환 계획 잡고, 유보금을 염두에 두고, 사업이 잘 되더라도 부동산에 눈 돌리지 않고, 절대 과도하게 사업을 벌이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발품 팔아 철저히 영업활동에만 집중하는 것이 경영 원칙이었습니다.

    -화인의 미래목표와 성장 방향은.

    ▲어릴 때 톨스토이의 인생론 같은 책을 많이 봤습니다. 연애론과 우정론도 세 번 정도 읽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게 다 부처님, 예수님 말씀이랑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적을 남기지 말고 우정으로 다 가져가라’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도 헤어지면 그만이지만, 친구로 남으면 몇십 년 후에 만나도 반갑고 좋습니다. 우정만큼 좋은 관계가 없습니다.

    사업도 결국 인간관계에서 만들어진다고 보면 우정을 쌓듯 이뤄가면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직원이든 거래처든 우정을 쌓듯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면 반드시 그 진심이 통한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또한 그런 믿음은 투자를 겁내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는 요즘, 거꾸로 투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요즘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승승장구하지말자’입니다. 그 대신 장구하자고 이야기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직원들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확실한 체계를 잡아줘야 합니다. 제가 죽고 없어도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위기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하는 겁니다. 그러려면 그에 맞는 교육과 훈련이 있어야 하고 투자가 반드시 병행돼야 합니다. 그간의 노력 덕분에 요즘은 제가 없어도 우리 집 꽤 잘 돌아갑니다. 하지만 더 완벽하게 잘 돌아가게 하는 것이 환갑도 지난 저에게 맡겨진 새로운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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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옥 (주)화인테크놀리지 대표가 수출탑 앞에서 웃고 있다. /전강용 기자/

    -직원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한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나?

    실질적으로 직원들이 집에 있는 시간보다 회사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직원들에게 집같이 편안한 직장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문화공간 및 복지시설을 확충했습니다. 식당 2층에는 헬스장과 샤워시설을 구비했습니다. 또한 조금이나마 스트레스를 풀고 직원들끼리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자 작게나마 당구를 즐길 수 있는 당구대를 구비했습니다.

    체육시설뿐 아니라 마음의 안식을 줄 수 있는 자연생태미술관인 인송갤러리와 다목적시설인 프론티아트홀까지 회사 내에 만들었습니다. 회사 내에서 산책을 할 수 있도록 작은 산책로를 만들어 놓은 것도 또 하나의 자랑거리라 할 수 있습니다.

    -봉사와 후원으로 지역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매년 하고 있는지.

    ▲대학 시절 우연한 기회에 극예술연구회에 참여한 것이 문화예술과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속내와 지역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처음 가수지망생의 음반 제작을 지원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메세나 활동이 사업을 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문화예술 후원은 양산시, 경남도에 메세나 활동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습니다.

    -지역경제계와 청년 창업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위기야 항상 많습니다. 2002년 9월께 각고의 노력 끝에 개발된 MLCC절단용 발포테이프를 삼성전기에 납품을 시작한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긴 장마로 수출품의 점착층에 습기가 유입되면서 삼성전기 국내사업장뿐 아니라 필리핀, 천진 해외 사업장에도 불량이 발생했습니다. 생산라인이 올 스톱되는 큰 불량으로 작은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필리핀으로 날아갔습니다. 우리 잘못이니까 다 책임지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돈이 없으니 물건 팔아 가면서 갚겠다고 했습니다. 삼성전기가 납품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준 배려가 없었다면 지금의 화인테크놀리지로 성장하기 위해서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한 후 과감하게 도전했으면 합니다. 자신이 어떤 것을 잘하고 원하는지 고민하고,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이 인생에서 성공하는 비결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습니다.

    김석호 기자 shkim18@knnews.co.kr

    ☞ 서영옥 대표는?

    양산 물금 출신으로 부경대(부산공업대) 화공학과를 나온 여성 공학도이며 동아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 유니온화학을 설립해 사업을 시작했으며, 1998년 화인테크놀리지라는 이름으로 제2의 창업을 했다. 산업용 특수테이프 시장을 개척해 업계에서 기술력이 탄탄한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으며, 2013년 1000만불 수출탑도 수상했다. 경남정보대 겸임교수, 경남여성경영인협회 회장, 경남벤처산업협회장 등을 역임한 경남의 대표적인 여성기업인이다. 부경대 총동창회 부회장을 거쳐 지난 2016년까지 총동창회 회장(10대)을 지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을 유창하게 하는 글로벌 CEO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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